북한의 위조지폐 제조 및 유통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미국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의 대니얼 글라서 ‘테러단체 자금 및 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오른쪽) 일행이 마카오를 거쳐 21일 오후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인천=강병기 기자
마카오에서 북한의 위조지폐 제조 및 유통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인 미국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은 23일 외교통상부와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FIU)을 방문해 조사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단속반은 이날 오전 외교부에서 북미국과 북핵기획단 관계자들에게 북한과 위폐를 거래한 것으로 알려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등의 계좌 조사를 통해 드러난 북한의 위폐 유통 및 돈세탁 관련 증거를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22일 “단속반이 미 정부의 대외정책을 입안하는 국무부가 아닌 재무부 소속 실무자들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대북정책은 언급하지 않고 주로 우리에게 정보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속반 책임자는 한국 정부의 심의관(3급)에 해당하는 대니얼 글라서 ‘테러단체 자금 및 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가 맡고 있다.
단속반은 외교부에서 설명을 마친 뒤 같은 날 오후 유재한(柳在韓) FIU 원장을 비롯해 FIU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정부 일각에선 FIU의 성격을 감안할 때 단속반이 FIU에 북한의 위폐와 연관된 한국 내 계좌나 특정 인물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FIU의 역할은 5000만 원 이상의 금융거래 중 은행이 신고한 의심스러운 거래와 마약밀매 및 무기거래 등 불법 활동을 통해 조성된 의혹이 있는 자금의 출처를 조사하는 것.
따라서 단속반이 마카오의 북한 위폐 관련 계좌에서 한국으로 송금된 흔적이 있거나 한국에서 마카오에 보낸 돈이 입금된 계좌가 북한의 위폐 거래에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면 이를 근거로 FIU에 국내 계좌나 송금인의 확인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홍콩·마카오 주재 미국영사관이 20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글라서 부차관보는 지난주 마카오 당국자들을 만나 “돈세탁과 위폐 확산 등은 전 세계적인 위협”이라며 “BDA와 같은 금융기관들이 북한의 불법 활동을 수월하게 만들어 주는 환경을 제공하지 않도록 현지 당국이 단속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