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생 논술 주제
교육인적자원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여학생이 생리 때문에 결석할 경우 출석으로 인정하고, 시험을 보지 못하면 종전 성적의 80% 정도를 인정하는 ‘생리 공결제(公缺制)’를 이번 3월 새 학기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일부에선 성적 관리에서 남녀 학생 간의 유·불리 가능성을 들어 반대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800자 이내로 논술하시오.
■ 학생글 - 이수빈 여천고 1학년
지난 12일, 교육인적자원부는 오는 3월부터 모든 학교에 생리 공결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여성의 인권 보호를 위해 실시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민들의 찬반 논쟁은 뜨겁다. 그 내용과 효율성에 문제점이 많다는 것이다. 나 또한 같은 생각이다.
①먼저 너무 성급한 정책의 실시이다. 우선 제도를 실행함에 앞서 대상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정책은 대상자인 여학생들의 ②의견을 묻지 않은 채 실시하고 있다. 때문에 ③사전에 조사도 없이 금년 3월부터 실시한다는 것은 대상자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정책 시행이라고 볼 수 있다.
④다음으로 역차별을 들 수 있다. 생리 공결제란 생리통을 심하게 겪는 소수자를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소수자를 보호하는 데 그쳐야 하며, 다른 사람의 정당한 몫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 그런데 생리 공결제는 이에 위반된다. 왜냐하면 ⑤생리를 하지 않는 여학생이나, 모든 남학생들의 ⑥권익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한 역차별이다.
그리고 생리 공결제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 여자는 보통 한 달에 한 번 생리를 하는데, 만일 생리를 할 때마다 생리결석을 한다면, ⑦개인적인 면이나 학교 운영 차원에서도 혼잡함을 겪을 것임이 ⑧분명 없다. 게다가 학생들 사이에 불만을 싹트게 할 수도 있을뿐더러 면학 분위기를 ⑨흐트릴 수도 있다. ⑩이는 전 국가적인 손실을 가져올 것이다.
⑪성급한 생리공결제의 실시는 위와 같은 많은 문제점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므로 설문조사나 공청회 등을 통해 대상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문제점들을 보완한 후에 실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첨삭지도
서론에서 입장을 나름대로 명료하게 밝힌 점은 좋다. 생리 공결제 실시에는 근본적으로 찬성하나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임을 더 명료하게 보여주면 좋겠다.
① 전후 연결이 어색하다. ‘먼저 너무 성급하게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문제이다’로 고쳐보자.
②, ③ 지나친 주장일 가능성이 높다. 의견을 충분히 묻지 않았고 조사도 충실히 하지 않았다는 지적은 공정하지만 전혀 하지 않았다는 지적은 과장된 비판일 수 있다. ‘의견을 충분히 묻지 않은 채’, ‘사전에 충실히 조사하지 않고’ 정도로 바꿔보자.
④ 전후 연결이 어색하다. ‘다음으로 역차별을 낳을 수 있다는 것도 문제이다’로 다듬어보자.
⑤ 애매한 표현. ‘생리통이 심하지 않은 여학생’이 나을 것 같다.
⑥ 어떤 권익을 어떻게 침해하는 것인지 간략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역차별이라는 판단의 논거로서 불충분하다.
⑦ 학교 운영 차원에서의 혼잡함은 쉽게 예상이 되나 개인적인 면에서의 혼잡함이 어떤 것이고 왜 일어나는지가 불분명하다. 간략한 설명이 필요한 맥락이다.
⑧ 잘못된 표현. ‘분명하다’나 ‘틀림없다’로 고칠 것.
⑨ 잘못된 표현. ‘흩트릴’ 혹은 ‘흩뜨릴’로 고칠 것.
⑩ ‘전 국가적인 손실’을 직접적인 결과로 볼 경우, 논의가 비약을 범하게 된다. ‘이런 문제들이 누적되면 국가 차원에서도 손실이 생길 수 있다’ 정도로 고칠 것.
⑪ ‘생리 공결제를 성급하게 실시하면’으로 고치면 더 자연스럽다.
■ 생각 넓히기
① 인권(人權)의 개념이 시민혁명이 일어난 18세기에는 주로 ‘국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하였으나, 오늘날에는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의 권리 보호’를 포함하는 의미로 확대되었음을 이해한다.(일반사회, 정치)
② ‘생리 공결제’는 대학입시에 큰 영향을 끼치는 내신성적 문제까지 걸려있는 제도이다. 공청회나 여론조사 등 학생과 학부모를 포함한 교육주체들로부터의 충분한 여론 수렴과정을 거쳐야 한다. 적정 수준의 표본을 확보하여 여러 차례 시범 운영해본 뒤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전면 실시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일반사회, 정치)
③ 헌법 34조 2항(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과 36조 2항(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은 역사적·사회적으로 약자였던 여성에 대한 특별한 대우를 염두에 둔 규정으로 ‘생리 공결제’의 헌법적 근거로 볼 수 있다.(법과사회, 윤리)
④ 평등과 차별을 부정하는 ‘법 앞의 평등’과 능력과 자질의 차이를 인정하는 ‘기회의 균등’의 개념으로 나누어진다. 또한 진정한 ‘기회의 균등’을 달성해 정의로운 결과를 확보하려면, ‘공정한 경쟁조건의 보장’이 선행되어야 하고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의 최소한의 인권을 고려한 ‘결과의 평등’을 위한 정책도 실행돼야 한다. 그러나 ‘공정한 경쟁의 조건’이 무시될 정도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대정책은 ‘역차별’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정치, 윤리)
최 강 최강학원 원장·논술강사
■ 총평 - 다각적 문제제기는 높이 평가할 만
1학년 학생의 글로는 상당 수준에 이른 답안이다. 우선 문단 구성이 무난하다. 서론에서 문제와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본론에서 세 가지 논거를 든 다음, 결론에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정리했다. 짧은 답안임에도 짜임새 있는 구성을 보여 주었다. 내용에서는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한 점이 좋다. 정책 실시의 성급함. 역차별, 악용 가능성 등 문제를 다양한 차원에서 검토하고자 한 시도는 높이 평가받을 수 있다. 다각적인 접근은 우수 답안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주요 기준 중 하나이다.
그러나 보완할 점이 두 가지가 있다. 우선 글의 분량을 고려하지 않고 의욕을 앞세우다 보니 논의가 불충분한 곳이 생겼다. 왜 역차별인지에 대한 설명이 불충분하고, 악용될 경우에 대한 논의도 비약을 범하고 있다. 논거는 수보다 내용이나 질이 더 중요하다. 충실한 논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다각적인 접근은 자칫 공허한 시도에 그칠 수 있다.
다음으로 적절한 논거만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결론은 생리 공결제의 반대가 아니면서 보완 실시를 주장했다. 따라서 문제점을 지적할 경우, 보완 가능한 문제를 제시하면서 보완을 촉구해야 적절한 논의가 될 것이다. 정책의 성급함은 보완이 가능한 문제이기에 적절한 근거가 된다. 그리고 악용 가능성 문제도 쉽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보완 가능한 문제로 보인다. 그러나 역차별은 보완으로 해결하기 힘들어 오히려 생리 공결제에 대한 반대 논거로 더 적절하다. 논거 제시는 자신의 논지에 대한 적절한 논거인지 좀 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EBS 논술 연구소 부소장
■ 고교생 다음(1월 31일) 주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올해 신년연설에서 ‘양극화 해소’를 강조해 논란이 일고 있다. 빈부 격차가 심해지면 사회적 비용이 만만찮아 결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양극화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극화를 극복하려면 세금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가뜩이나 더딘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성장과 분배 중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하는지 자신의 생각을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고교생은 1월 27일까지, 중학생은 2월 3일까지 학교, 학년, 주소, 연락처와 함께 글을 보내 주세요. 다음 주는 초등학생 논술이 실립니다. 50명을 선정해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글 보낼 곳: http://edu.donga.com/nons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