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하락을 계속했던 주가(株價)가 어제 또 대폭락했다. 코스닥지수는 63.98포인트(9.62%), 코스피지수는 27.37포인트(2.06%)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속수무책으로 ‘검은 월요일’을 원망했다. 코스닥시장에선 무조건 주식을 팔겠다는 투매(投賣)가 확산돼 거래소가 사상 처음으로 거래를 20분간 중단시키기까지 했다. 그동안 노무현 정부는 ‘경제 운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주가가 오르는데 무슨 말이냐”고 되받아 왔다. 지금은 뭐라고 할 건가.
물론 작년에 코스닥지수는 83%, 코스피지수는 51%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으니 ‘쉬어 갈 때도 됐다’는 진단이 많았고 외국 증시 주가 하락의 영향도 있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18일 신년연설이 직접적인 충격의 도화선이 됐다는 해석이 증시에서 나온다.
연설 전날 증시에는 ‘정부가 주식 시세차익에 세금을 매기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원 확대’를 시사한 연설 이틀 뒤엔 ‘모든 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소득세 포괄주의를 도입할 것’이란 소문이 번졌다. 재정경제부가 소문을 부인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실패했다.
증시가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을 대통령이 키운 셈이다. 정부 재정 확대는 증세(增稅)와 직결될 수밖에 없는데, 구체적 방안 없이 운을 떼니 온갖 설이 난무하는 것이다. 그런 불확실성의 제공이 17일부터 어제까지 코스닥지수를 20%, 코스피지수를 9% 떨어뜨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노 정권은 국민 여론을 봐 가며 증세 방안을 내놓을 생각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패닉(공황) 증시’는 ‘그것은 국민 생각과 동떨어진 것’임을 웅변한다. 노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던진 ‘양극화 해소’ 화두는 생산적인 토론은커녕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노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경제의 불안감, 불확실성을 줄이는 노력이다. 또 양극화 해소를 계속 강조하려면 성장동력 회복을 위한 방안부터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