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간 담을 허물어 주택가 주차난을 덜어 보자는 서울시의 그린파킹(Green Parking)에 대한 주민들의 호응이 커지고 있다.
“어떻게 담 없이 살 수 있겠느냐”는 ‘심리적 저항’이 점차 약화되고 담 없애기의 긍정적 효과가 알려지면서 참여 주민이 늘고 있다.
사업이 시작된 2004년 초부터 지난해 말까지 2년 동안 ‘담 허물기’에 동참한 주택이 모두 6076채. 담이 사라지면서 차량 1만903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새로 생겨났다. 1만 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공용주차장 건설로 조성하려면 대략 6000억 원이 필요하지만 그 15%에도 못 미치는 885억 원이 들었을 뿐이다. 비용 대비 효과가 상당한 셈이다.
서울시는 올해에도 주택 4667채의 담을 없애고 6484개의 주차공간을 늘리겠다고 23일 밝혔다.
특히 올해부터는 골목 단위별 담 허물기를 우선 추진키로 해 주민 설득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같은 골목을 끼고 있는 이웃 중 일부가 “내 담만은 절대 안 된다”고 버틸 경우 주차난 완화 및 주거환경 개선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또한 밖에 내놓은 물건이 사라지거나 사생활이 침해되는 등 담을 없앤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은 서울시와 자치구들이 적극 대응해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다.
▽“내 담도 허물어 주세요”=서울 구로구 구로5동의 이삼2길. 150여 m 골목길에 8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이 지역은 1년 전만 해도 주차난이 큰 골칫거리였다. 차는 많은 데 비해 거주자우선주차 구획은 8, 9개에 불과해 주차하려면 몇 바퀴씩 동네를 도는 일이 흔했다. 차 세우기 전쟁에 진절머리가 난 일부 주민들은 100∼200m 떨어진 공영주차장에 돈을 내고 주차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사람들이 많았으나 하나 둘씩 동참하면서 지금은 한 집도 빠짐없이 담을 허물어 28대까지 ‘합법적으로’ 주차할 공간이 생겨났다. 불법 주차 차량들로 비좁던 골목길이 양쪽에 인도를 갖추고 군데군데 조경이 된 쾌적한 길로 변했다. 구로구 교통행정과의 김한수 씨는 “동네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주민들이 얘기한다”며 “주차전쟁이 사라지고 현관문만 열면 이웃끼리 얼굴을 대할 기회가 늘어나면서 동네 분위기가 한결 좋아졌다”고 전했다.
이삼2길처럼 올해 안으로 담을 허물기로 한 골목 수는 서울 전역에 걸쳐 364개에 이른다.
▽인센티브 확대=담 허물기에 동참하는 주민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공사비 지원과 골목길 정비, 방범용 폐쇄회로(CC)TV 설치 등 크게 3가지이다. 공사비는 주차면 1개 신설시 550만 원이 지급되고 2면 이상은 750만 원으로 동일했다. 그러나 앞으로 2면 750만 원, 3면 850만 원 등 1면 증가시 100만 원씩이 추가 보조된다.
아울러 골목 단위 사업을 우선적으로 추진해 자투리땅에 화단 나무 벤치를 만드는 등 골목길 정비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방범상 필요하거나 불법주차가 우려되는 지역에는 24시간 녹화되는 CCTV를 설치해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그린파킹 사업 추진 실적연도참여 주택 수(채)주차면 수 증가(개)예산(억 원)2004200839213102005406869825752006(목표)46676484303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