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주(韓昇洲·66) 전 주미대사는 23일 “현재 한미관계를 위기 상황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한미동맹이 기로에 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전 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한미관계 전망과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간담회에서 돈 오버도퍼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교수가 지난해 11월 고려대 100주년 기념 삼성관에서 했던 발언을 인용해 이같이 말했다.
당시 오버도퍼 교수는 “미국은 점점 우측으로 가고 있는 반면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좌측으로 이동하고 있어 한미 양국이 멀어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전 대사는 “지난해 북한 핵 관련 4차 6자회담에서 9·19공동성명에 합의한 데 대해 미국 내에서 반발이 심했다”며 “미국에서는 북한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위조지폐 문제 제기도 그런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관계의 미래는 2007년 12월에 열리게 될 한국의 대통령선거 결과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미국 측은 노무현(盧武鉉) 정부가 진보적이라고 자처하기 때문에 전략적 유연성이나 이라크 파병 등의 문제에 대해 협조가 용이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간담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김영희(金永熙) 중앙일보 대기자는 “노 대통령은 외교안보라인에 젊고 경험 없는 민족자주파를 기용함으로써 미국과의 정상적인 대화 자체를 어렵게 만들어버렸다”며 “‘한국에는 미국인보다 더 친미적인 인사들이 많이 있다’는 발언은 전문 관료집단을 얼어붙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선문대 국제유엔학과 정옥임(鄭玉任) 교수는 “결과적으로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하면서도 (국익을 확보하는 등) 실속을 차리지 못한 것이 노무현 정부의 문제”라며 “미국으로서는 현 정부가 오히려 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김덕룡(金德龍) 박형준(朴亨埈) 황진하(黃震夏) 전여옥(田麗玉)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6명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