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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위기의 소년들…남학생 학업성취도 여학생보다 많이 떨어져

입력 | 2006-01-24 03:10:00


‘Boys will be boys.’

“사내아이들은 어쩔 수가 없다”고 혀를 차는 소리다. 남자 아이들의 장난이나 거친 행동을 눈감아 줄 때 쓰곤 하는 ‘남성 우월적’ 속어이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 미국 교육계에서는 이 말이 ‘남성 열등’ 현상을 설명하는 말로 이해될 만큼 남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대만 해도 학습지진아는 여학생 쪽에 많았다. 그러나 미 정부가 연방법까지 만들어 재정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자 1990년대 들어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미 대학 학부에 진학하는 남학생의 비율은 30년 전 58%에서 지금은 44%로 줄었다. 고등학교 자퇴생과 주의력 결핍 등으로 별도의 지도가 필요한 학생의 80% 역시 남학생이다.

급기야는 미 백악관의 안주인인 로라 부시 여사(교사 출신)까지 나서 “방치돼 온 남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 언론들도 앞 다퉈 그 원인 분석에 나섰다.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30일자)는 이를 ‘남자 아이들의 위기(The Boy Crisis)’로 규정하고 주요 원인으로 남녀간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교육 커리큘럼을 꼽았다.

교육 평가 방법이 성적 위주로 지나치게 단순해졌고 ‘소년의 뇌’를 개발하는 체육 등 동적(動的)인 교육 내용 대신 여학생들에게 유리한 언어 능력이 강조돼 왔다는 것.

미 콜로라도 주의 한 중학교 과학 교사가 전하는 화학 실험실 수업 광경은 남녀간 차이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 준다.

여학생들의 경우 대부분 실험 취지와 설명을 차근차근 읽으며 실험을 성공적으로 끝내는 반면 상대적으로 산만한 남학생들은 화학 물질을 가리키며 ‘먹을 수 있느냐’고 묻는가 하면 때로는 과제 외의 것도 실험하기를 원하는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 줬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 커리큘럼은 남학생들의 이 같은 ‘또 다른 가능성’을 무시한다는 것.

한 교육학자는 지금은 일반화된 유치원 수업 장면을 예로 들기도 한다. 그는 “요즘 어느 유치원을 가 봐도 ‘모범이 되는’ 여자 어린이 옆에 있는 남자 어린이는 ‘결함 있는 여자 아이(defective girl)’ 취급을 받곤 한다”고 전했다.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페미니스트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견해도 있다.

페미니스트들은 교육 현장에서 여학생이 불이익을 당해 왔다면서 이들에게 관심과 배려를 쏟아 부었고 그 반작용으로 남학생들이 불이익을 봤다는 것.

미 교육계에서는 이를 감안해 남학생과 여학생을 분리해 교육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차츰 커지고 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