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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룡 교수의 TV워치]黨대표 경선 TV토론

입력 | 2006-01-25 03:08:00


TV는 편의적 발상에 따라 정치 도구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 원래 방송과 정치는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세계 최초의 라디오방송 KDKA(1921년 미국 피츠버그)의 개국 특집이 당시 미국 대통령 후보였던 하딩과 콕스의 선거 결과 보도였다.

후진국에서 쿠데타를 일으키면 무엇보다 먼저 방송국을 장악하였다. 5·16군사정변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고, 합법을 가장해 정권을 장악한 신군부도 MBC를 통해서 집권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상파 TV 3사는 지난주 민주노동당 대표 경선을 위한 TV토론 생방송을 독자 편성했다. 17일 오후 3시 MBC를 필두로, 18일 오후 2시 10분 KBS1, 19일 오후 3시 10분 SBS까지 민노당 경선을 위한 TV 토론을 내보냈다. 원내 교섭단체를 갖지 못한 정당의 행사를 특별 편성한 것은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우선 정당의 ‘당내 행사’를 위해서 지상파 TV가 특별 편성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문제다. 둘째, 유사한 내용을 각사가 별도의 시간, 별개의 진행으로 내보내야 했는가. 셋째, 신생 국민중심당이 대표 경선을 한다면 방송 시간을 할애할 것인가. 넷째, 방송에 난색을 표명하던 방송사들이 뒤늦게 특별 편성에 동의한 것은 독자적으로 판단한 자율 편성인가, 외압 때문인가.

이 같은 질문에 방송사들이 과연 어떻게 대답할지 궁금하다.

요즘 같은 TV의 정치도구화를 ‘적극적 정치 서비스 마당’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열린우리당의 대표 경선 역시 막이 올랐다. 9인의 주자가 뛰고 있는데 국민은 이들의 토론을 3개 채널을 돌려 가며 봐야 하는가. 여당의 얼굴은 3년간 6번 바뀌었다는데 ‘그들만의 잔치’가 국민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미국의 경우 4년마다 열리는 양당의 전당대회는 생중계된다. 여기서 선출된 두 명의 후보 가운데 하나가 차기 대통령이 되기 때문이다.

정치 방송은 국정을 논하는 ‘행정방송’, 총선이나 대선 때의 ‘선거방송’, ‘의회중계’를 말한다. 이러한 정치 방송은 유식한 국민(informed public)을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한다. 그러나 과연 국내 정치 방송이 그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김우룡 교수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