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이 극단적인 기온 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주 시작된 러시아발 한파가 중부유럽과 터키에까지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브라질과 호주 등 남반구에서는 폭염 피해가 잇따랐다.
▽에너지 공급 차질로 국가 간 마찰=러시아를 꽁꽁 얼려놓은 동장군이 남서진하면서 23일 우크라이나는 기온이 영하 34도까지 떨어져 하루 동안 24명이 숨졌다. 폴란드는 기온이 영하 32도까지 떨어져 20일 이후에만 27명이 동사했다. AFP통신은 지난주 이후 러시아에서만 84명 이상이 얼어죽은 것으로 집계했다.
체코의 테멜린 원자력발전소는 혹한으로 센서가 고장 나 5시간 동안 가동이 중단됐다. 폴란드의 루간스크에서는 지역난방시설이 고장을 일으켜 6만여 명이 인근 지역으로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설상가상으로 주요 가스 공급지인 러시아와 이란이 가스 공급을 줄이면서 폴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 일부 국가는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회사 가스프롬의 알렉산드르 메드베데프 부회장은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에 맞추기 위해 하루 3500만 m³의 가스를 더 공급하고 있는데도 우크라이나가 가스를 중간에서 빼 쓰는 바람에 서유럽에 가스 공급 차질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영 에너지회사 관계자는 “강추위 때문에 예정된 양 이상을 쓴 것이 사실”이라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옛 소련의 일원이었던 그루지야는 러시아가 가스관 폭발사고와 관련해 가스 공급을 줄이자 “의도적인 공급 중단”이라며 맹비난했고, 러시아는 이를 ‘히스테리’라고 일축하면서 양국 관계가 긴장되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호주 삼림 6만 ha 소실=새해 첫날 시드니 최고기온을 44도까지 올려놓은 호주 폭염이 한 달 가까이 맹위를 떨치면서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멜버른 등 주요 도시의 기온이 40도를 오르내리는 가운데 빅토리아 주와 태즈메이니아 주에서만 6만 ha 이상의 삼림이 불길에 사라졌다.
브라질은 22일 리우데자네이루의 기온이 39.5도를 기록하면서 주말을 맞은 피서객들이 해안으로 빠져나가는 통에 곳곳이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었다. 상파울루의 경우 1월 평균기온이 6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29.9도를 기록하고 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