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력(念力)으로 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소녀 아오키 준코. 그녀는 일본의 공포 추리소설 작가 미야베 미유키(45) 씨의 소설 ‘집중공격(Crossfire·사진)’의 주인공이다.
소설은 준코가 염력으로 흉악범죄가 급증하는 현대사회에 도전하는 모습을 그렸다.
소년 폭력배들에 의한 잔인한 여고생 연속살인사건이 발생했지만 폭력배 리더는 미성년이라 법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 유년 시절부터 자신의 ‘힘’을 억눌러 왔던 준코는 자신의 동료 여동생마저 이들의 희생양이 되자 이들에게 분노의 응징을 시작한다.
1998년 일본에서 출간된 이 소설은 ‘정의의 이름으로 사적인 복수를 한다’는 주제로 일본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2000년에는 영화로 만들어져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LA타임스 22일자는 다음 달 이 소설의 미국 번역 출간을 앞두고, 미야베 씨의 소설이 특히 해외 독자들에게 뉴스에서 다뤄지지 않는 일본의 어두운 면을 엿보게 해준다고 소개했다.
평화롭고 안전한 겉모습과는 달리 폭력과 엽기에 시달리는 이면이 소설의 행간에서 잘 드러난다는 것이다.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야베 씨는 이렇게 말한다. “물론 앙갚음은 범죄다. 그러나 매일 일어나는 수많은 강력범죄들을 처리하기에는 일본의 법률 체계는 완벽하지 않다.”
일본에서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미야베 씨는 일본의 변화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다룬 이야기를 써왔다. ‘집중공격’은 영어로 번역된 미야베 씨의 세 번째 소설이다.
영어로 번역된 첫 번째 소설(‘All She Was Worth’)은 절약 문화에서 빚 중독으로 바뀐 사회에 나타난 신원(身元) 도둑을, 두 번째 소설(‘Shadow Family’)은 인터넷 채팅방에서 사이버 캐릭터를 통해 불행한 가짜 삶을 사는 사람을 다뤘다.
한편 미야베 씨는 일본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선정적인 범죄로 인해 독자들을 섬뜩하게 만들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털어놨다.
최근 꼬리를 물고 일어난 잔혹하고 엽기적인 사건들은 일본을 ‘살기 안전한 곳’이라고 자부해온 일본인을 당혹하게 하고 있다.
또래에게 살해당한 10대, 대학생 가정교사에게 살해당한 고등학생, 산부인과 병원에서 납치당한 신생아(일본 인기소설 ‘99% 유괴’의 한 장면을 모방한 범죄), 18세 딸을 ‘남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어린 시절부터 감금한 어머니….
이런 소설 같은 현실 속 사건들이 이 평온해 보이는 나라에 잔혹함이 깃들어 있다는 인상을 준다고 LA타임스는 지적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