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실시된 캐나다 총선에서 스티븐 하퍼(47) 당수가 이끄는 보수당이 집권 자유당을 누르고 12년 만에 승리했다. 선관위 중간집계에 따르면 보수당은 총 308석 가운데 124석을 차지했으며 자유당 103석, 퀘벡당 51석, 신민당(NDP) 29석, 무소속 1석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제1차 세계대전 이래 20여 년을 제외하곤 거의 자유당 독주 체제를 이어온 캐나다에 정권 교체가 이뤄질 전망. 이번 보수당의 승리는 자유당의 각종 부패사건 연루와 내부 분란에 따른 반사이익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무엇보다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하퍼 당수의 역할이 지대했다.
하퍼 당수는 왕당파 가문 출신답게 보수우파 성향이 매우 강한 인물. 그는 2002년 캐나다동맹당(CAP)의 당권을 장악한 후 2003년 진보보수당(PC)과의 통합을 이뤄내 보수세력을 단일화하면서 보수당 정권 창출의 기반을 확보했다.
그는 ‘캐나다를 살리자(Stand up for Canada)’는 구호 아래 △세금 감면과 작은 정부 △자유 시장경제 △도시 치안유지를 위한 군 배치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동성애 문제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매우 보수적인 입장이다.
진보보수당으로 출발해 개혁당 창당 멤버로 참여했으며 1993년 처음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2002년 3월 동맹당 대표를 맡았다.
이번 선거에서 그는 초반에 자유당과 연루된 ‘스폰서십 스캔들’을 터뜨리는 네거티브 전략으로 승기를 잡았고 미국의 이라크전쟁을 지지하고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교토기후협약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친미(親美)적인 자세를 견지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