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양극화 해소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조세 위주의 재분배 정책은 분배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분배구조를 악화시키고 결국은 저성장 기조를 고착화할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 ‘개방경제에서의 분배정책, 조세위주 분배정책의 한계와 대안’이라는 제목의 민간 연구용역보고서는 “조세 위주의 분배 개선 노력은 세원이 노출된 중산근로계층의 조세 부담을 급격히 높이게 되고 중장기적 재정부담만 늘릴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현재 분배구조 개선을 위해 강구되고 있는 조세 위주의 재분배 노력은 기업가 정신의 발현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특히 개방 환경에서의 조세 위주 접근은 자원의 이탈을 가속화하고 장기 해외자본의 유치를 어렵게 해 미래 성장기반 구축에 상당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고서는 “실제 과거 남미 국가들의 경험에 비춰볼 때 조세 위주의 분배정책은 분배구조의 악화를 고착화하는 부작용을 초래한 바 있다”며 “더욱이 고령화시대 진입에 대비해 성장 모멘텀(동력)의 저하를 초래하는 재분배 노력의 강화는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당장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 미래의 부담으로 남게 될 지출을 증가시키는 것보다는 미래의 경쟁력으로 전환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지출을 통해 과도한 양극화의 진전을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이 같은 지적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8일 신년 특별연설에서 양극화 해소를 핵심과제로 제기한 뒤 정부가 증세(增稅)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양극화 해법을 둘러싼 논란을 더욱 가열시킬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부동산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한 조세정책에 대해서도 “서울 강남지역의 경우 수요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늘어나는 조세 부담 자체가 부동산 가격에 전가될 수 있으므로 (부동산정책의 효과로) 매물 급증이 현실화되는 지역과 대비되는 극심한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양극화의 해법으로 단기적으로는 민간소비 및 설비투자 진작에 주력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수출·내수의 선순환구조 정착 △혁신 및 구조조정 지원 △인적자본 육성 중심의 성장촉진형 재분배정책 △서민금융체제의 확립 등을 꼽았다.
이 연구보고서는 한양대 경제학과 김대식(金大植) 교수와 한국금융연구원 최공필(崔公弼) 책임연구위원이 국회 예결위에 제출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