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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저리 타임]태극전사가 아파도 웃는 까닭

입력 | 2006-01-26 03:00:00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김대업 주무는 “각종 경미한 부상에 시달리지 않는 선수가 한 명도 없다. 하지만 대부분 선수는 도저히 참기 어려울 때까지는 아프다는 표정을 짓지 않는다”고 말한다. 최주영 물리치료사도 “부상 중인 선수가 많다. 차마 보기 어려울 정도라 어떨 때는 ‘뛰지 마라’고 하고 싶을 정도”라고 거든다.

독일 월드컵을 위해 지옥의 해외 전지훈련에 나선 태극전사들은 그라운드에서 살벌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겉으론 웃고 있지만 속으론 몸부림을 치고 있다. 22일 훈련 중 오른쪽 무릎 인대 부상을 당한 ‘차세대 골키퍼’ 김영광(23·전남)이 눈물을 흘리며 훈련장을 빠져나간 이유도 선배 이운재(33·수원)와의 수문장 싸움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축구선수에게 월드컵 본선에 나가는 것은 평생의 희망이자 꿈이다. 최종 엔트리 23명에 드느냐 마느냐에 따라 축구인생이 달라진다. 코칭스태프는 전력의 극대화를 위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강해져야 한다”며 경쟁을 부추긴다. 강자만이 살아남는 정글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을 경쟁체제로 몰아 4강 신화를 썼다. 하지만 우리는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세계적인 강호를 물리치고 4강에 올랐다는 결과만을 기억할 뿐 그 과실이 선수의 피와 땀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사실은 잊고 지낸다.

이번 전지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이동국 김상식은 2002년 막판에 탈락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이번에도 월드컵에 뛴다는 보장은 없다. 유럽파가 합류한다면 전지훈련 멤버 23명 중 5, 6명은 탈락해야 한다.

이런 눈물 나는 과정 없이는 팬들이 기대하는 ‘꿈’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2002년에 우린 지켜봤다. 그렇다면 지금 선수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팬들이 보내는 격려의 박수가 아닐까.

태극전사 파이팅!

리야드에서.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