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수영 능력에 대해 생각해 보라. 모든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수영을 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타고난다. 물 밑에서 숨을 참고 발차기를 하며 수면으로 떠오르려는 아기들의 사진을 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의 아이는 실제로 그보다 몇 살쯤 더 지나야 수영을 배우게 되지만 그들은 이미 그 방법을 알고 있다. 아이들에겐 단지 수영할 장소와 능력 있는 코치나 선생님이 필요할 뿐이다. 바로 여기가 우리가 나서야 할 부분이다.―본문 중에서》
‘parenting’이라는 영어 단어가 있다. 우리말로 옮겨 보면 ‘부모 노릇’ 정도가 되는 이 말이 요즘 우리 사회에서 상당한 화두인 것 같다. ‘아이들의 숨겨진 삶’은 부모 노릇이라는 까다로운 과제를 푸느라 하루하루 고민하는 우리의 엄마 아빠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은 영어판 제목인 ‘Understanding the Social Lives of Children(아이들의 사회적 삶을 이해하기)’을 살펴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물론 그 삶은 한글판 제목처럼 어른들에겐 숨겨진, 비밀스럽고 그만큼 걱정스러운 어떤 것이다.
아이들의 숨겨진 삶, 그것을 있는 그대로 알고 이해할 수 있다면 부모들의 걱정은 한결 누그러질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와 느낌, 속도감으로 그들만의 세상을 본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하루의 대부분을 어른들의 세계에서 사는 당신이 아닌가. 서두르지 말고, 욕심내지 말고, 마치 모험을 떠나듯 ‘간접경험’을 해볼 필요가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 책은 꼼꼼하고 손 빠르며 눈썰미 좋은 안내자가 돼 줄 것이다.
어른들도 쉽게 이해하는 우정에 관한 사례가 나온 대목을 열어 보자. 아이들의 우정 방정식은 어떤 드라마보다도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이다. 어른들의 가슴속에도 많이 남아 있는 사춘기의 모습에선 아련한 그리움마저 묻어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이 있다. 바로 아이들의 의젓하고 창조적인 모습이다.
사랑, 질투, 증오, 화해가 뒤엉킨 복잡한 사태를 아이들은 스스로의 규칙과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하나하나 풀어 간다. 아이들의 이런 숨겨진 진실을 아는 순간 부모들은 이 책의 주장에 동감하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이 끼어들어 자신들의 사회생활을 바로잡으려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 즉 공감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어 주고, 아이가 잘해 나가리라는 믿음을 보여 주고, 또래 친구와 어울릴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주는 일, 그리고 우리가 아이에게 쏟는 사랑의 힘을 기억하는 것 등이 부족한 것처럼 느껴진다.”
저자들이 말하는 부모 노릇의 핵심은 아이들의 세계를 따뜻하게 관찰하고, 그들이 안심하고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어 가도록 울타리가 돼 주고, 기다려 주고, 도와주는 것이다. 이 책 곳곳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신의 사려 깊음 덕분인지 몰라도 아주 의젓하게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풀어 간다. 그들의 모습은 콧날이 시큰할 정도로 든든하다. 이토록 멋지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왜 걱정하고, 왜 못 믿는단 말인가?
이 책에는 무수한 ‘사건 사고 사례’가 있다. 하지만 내 아이에 대한 애정이 두둑하다면 이 책의 두툼함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즐겁게 넘길 책장이 많아 더 좋을 것이다. 틈틈이 소설이나 수필을 읽듯 유쾌하게 읽어 보길 권한다.
김창기 김창기정신과의원장·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