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의인’ 이수현 씨 5주기 추모식 겸 고인을 소재로 한 영화 한국 로케 보고회에서 출연 배우들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인 역 이태성, 아버지 역 정동환, 어머니 역 이경진 씨. 도쿄=천광암 특파원
2001년 일본 유학 중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구하려다 숨진 이수현(李秀賢·당시 26세) 씨를 추모하는 행사가 26일 오후 도쿄 지요다(千代田) 구의 한 호텔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LSH아시아장학회(유족의 뜻에 따라 고인의 이름 머리글자를 따 만든 기념장학회) 관계자들 외에도 많은 일본인이 참석해 민족이라는 벽을 뛰어넘은 고인의 숭고한 인간애를 기렸다.
고인의 영전은 300여 명의 추모객이 바친 흰 국화꽃으로 덮였다.
유명 정치인인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전 외상은 행사장을 직접 찾아 고인의 영전에 헌화했고,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은 “5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 국민은 고인을 잊지 않고 있으며 고인의 희생을 두 나라 간의 이해와 우호를 심화시키는 가교로 삼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는 고인의 일대기를 소재로 한 한일합작영화 ‘너를 잊지 않을 거야’의 한국 로케 보고회가 함께 열렸다.
고인의 아버지 이성대(李盛大) 씨는 인사말을 통해 “영화를 통해 우리 수현이가 어떤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지 무척 궁금하고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고인의 아버지 역을 맡고 있는 영화배우 정동환 씨는 촬영을 시작하기 전 이 씨를 만났을 때의 일화를 소개해 추모객들을 숙연하게 했다.
“수현 씨의 아버지에게서 모든 상업성은 배제하고 인간성 위주로 영화를 만들어달라는 당부를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촬영을 하면서 이 말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하나도 준지(花堂純次) 감독은 “고인의 눈에 비쳤던 일본과 일본인, 사랑했던 것, 꿈꿨던 세계를 알고 싶었다”면서 “통속적인 미담에 그치지 않고 아름다운 혼의 드라마를 만들어 내겠다”고 다짐했다.
고인 역을 맡은 이태성 씨는 일본에 온 것이 처음인데도 유창한 일본어로 촬영에 임하는 포부를 밝혀 일본인들에게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영화 ‘너를 잊지 않을 거야’는 일본 현지 촬영을 거쳐 2007년 개봉될 예정이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