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 축소 발표를 접한 영화계는 “참여정부에 기만당했다”며 격앙된 분위기다.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절반 축소’ 설이 공공연히 떠돈 최근까지도 정부 내 영화계 창구인 문화관광부는 “자유무역협정(FTA)과 스크린쿼터는 연계시키지 않는다”는 주장을 되풀이해 왔기 때문이다. ‘한미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 대책위는 즉각 내달 8일 대규모 장외농성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우상호(禹相虎) 의원 등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도 “축소 반대” 성명을 냈다.
그러나 스크린쿼터 축소가 가져올 영향에 대해서는 영화계 내에서도 비관과 낙관적 분석이 엇갈린다. 공통견해는 “문제는 ‘지금’이 아니라 ‘미래’”라는 것. 원칙이 깨졌기 때문에 자칫 스크린쿼터제의 폐지까지 갈 수도 있지 않느냐고 불안해하는 것이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오기민(마술피리 대표) 정책위원장은 “의무 상영 일수가 줄면 극장에서 필요한 한국영화의 절대 편수가 줄어든다”며 “한국 영화가 불황을 맞을 경우 최후의 보루가 없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연간 100여 편을 제작하던 멕시코가 1994년 스크린쿼터를 폐지한 이후 지금은 한 해 5편 내외의 제작에 그치게 된 것이 그 예다. 극장들이 ‘돈’ 되는 한국 영화나 외화만을 집중 상영해 결국 블록버스터급 영화들만 살아남는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하지만 한국 영화의 자생력이 커질 것이라는 낙관론도 대두된다. 1988년 할리우드 영화의 직배 ‘공습’ 이후 오히려 ‘결혼 이야기’(1992년) 등 한국 관객의 정서를 감안한 기획 영화들이 생산되면서 한국 영화가 강해졌다는 해석이다.
스크린쿼터 축소의 현실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조희문(趙熙文·영화학) 상명대 교수는 “이미 한국식 영화제작 모델이 완전히 자리 잡은 상황에서 제도로서의 스크린쿼터 효과는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