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감도훈 바이어 가족의 설 패밀리룩. 격식을 갖추되 활동하기 편한 차림이다. 남성복=라일 앤 스코트/여성복=앤클라인 뉴욕/여자 어린이=피에르 가르뎅, 남자어린이=이숍. 촬영협조
《명절에는 한복이 어울리지만, 평상복을 입는 사람도 많다.
한복이 불편한 데다 일 년에 한두 번 입는 옷을 준비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
그러나 평상복을 선택하더라도 고민은 있다.
무엇을 어떻게 입고 시가나 처가를 방문해야 할까.
격식도 차려야 하지만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으므로 움직이기 편해야 한다.
평소 과감한 옷차림을 즐기더라도 명절에는 어른들의 시선도 있으므로 다소 보수적으로 입을 수밖에 없다.
롯데백화점 여성복 담당 감도훈(36) 바이어와 그 가족을 통해 설날 귀성 ‘패밀리 룩’을 연출했다.
외아들인 그는 아내, 두 자녀와 함께 부산에 계신 어머니를 찾아뵐 예정이다.》
○ 남편-밝은 스웨터에 재킷
감 씨가 선택한 옷은 짙은 갈색의 편안한 코듀로이 바지에 갈색 헤링본 재킷. 안에는 보라색 줄무늬가 있는 셔츠에 보라색 니트 스웨터를 입어 명절에 맞는 밝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갈 때는 감색 코트를 걸치고 차례를 지낼 때는 스웨터를 벗고 넥타이를 맬 예정이다.
편하다고 잠바 차림을 하는 것은 금물. 재킷을 이용한 세미 정장이 격식도 있고 멋스럽다. 셔츠가 싫으면 파스텔 톤의 터틀넥에 순모 재킷을 입으면 깔끔하다. 재킷이 어두운 색이면 셔츠나 터틀넥 등 이너웨어를 밝고 화사한 색으로 입어 포인트를 주면 좋다.
재킷은 코듀로이나 벨벳 소재도 괜찮다. 검은 벨벳 재킷에는 와인색 터틀넥이 어울리며 터틀넥 위에 셔츠를 덧입고 단추를 한두 개 푼 스타일도 추천할 만하다.
롯데백화점 남성복 담당 박병기 바이어는 “더 캐주얼해도 괜찮다면 셔츠 위에 아가일 체크나 줄무늬가 있는 집업(zip-up) 카디건이 멋스럽다”고 말했다.
코듀로이나 스웨이드 소재의 캐주얼 정장도 좋다. LG패션 마에스트로 캐주얼 엄윤경 디자인 실장은 “회색 캐주얼 정장에 녹색 터틀넥, 갈색 캐주얼 정장 안에 핑크 줄무늬 셔츠”를 추천했다.
○ 아들과 딸―체크 무늬로 남매 룩
지원(8) 양과 기원(6) 군 남매의 옷은 체크무늬와 넥타이를 함께 사용해 ‘남매 룩’을 완성했다. 지원 양은 영국의 스쿨걸 룩 스타일. 체크 무늬 넥타이가 달린 하얀색 셔츠에 스커트를 입고 다이아몬드 모양의 아가일 체크 카디건을 걸쳤다.
기원 군은 넥타이가 달린 체크 셔츠에 청바지와 카디건, 아이보리색의 줄무늬 재킷을 입어 단정하면서도 활동적인 인상을 주도록 했다. 아빠와 엄마의 옷에 감색과 보라색 계열이 많기 때문에 아이들의 옷에도 같은 색상을 적절히 조화시켜 전반적으로 ‘패밀리 룩’이 되도록 했다.
롯데백화점 아동복 담당 류민열 바이어는 “여자 어린이는 스커트나 체크 무늬 원피스로 정장 느낌을 주면서도 귀여운게 좋다”고 말했다. 엄마와 비슷하게 코듀로이 스커트에 밝은 색의 카디건을 입어도 된다.
남자 어린이는 면바지 혹은 코듀로이 바지에 V넥이나 라운드 넥의 니트 스웨터를 입은 뒤 재킷을 걸쳐도 깔끔한 세미정장 분위기가 난다. 폴로 키즈의 오현지 차장은 “줄무늬 셔츠에 하얀색 바지, 남색 카디건이나 재킷을 입히면 멋쟁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아내-트윈 니트에 스커트
감 씨의 부인 김지은(36) 씨는 남색 트윈니트에 아이보리색 코듀로이 스커트를 입었다. 코트는 감색의 반코트로 준비했다.
스웨터와 카디건이 한 세트인 트윈니트는 여성스럽고 우아하면서 정장 분위기를 주는 베스트 아이템. 하늘색이나 밝은 노랑색, 핑크가 예쁘다. 가볍고 따뜻한 캐시미어 소재라면 더욱 좋다.
시가에 가면 차례상 차리기 등 일이 많기 때문에 편안한 스타일이 좋지만 예의도 갖춰야 한다. 김 씨는 스커트의 길이는 무릎 선으로 맞추되 통이 좁으면 활동하기 불편하므로 밑단이 넓게 퍼지는 플레어 스타일을 선택했다.
신축성이 좋아 편안한 니트나 몸매의 결점을 가려 주는 주름 잡힌 플리츠 스커트도 추천할 만하다. 액세서리는 한 군데만 포인트를 준다. 터틀넥 스웨터라면 목걸이를 하고, 라운드 넥에는 목걸이 대신 작은 귀고리를 하는 게 좋다. 낮은 굽의 구두를 신고, 가볍고 따뜻한 알파카 소재의 코트로 마무리한다.
신원 베스띠벨리 박성희 디자인 실장은 “여성스러운 A라인의 원피스도 좋은 대안”이라며 “바지를 입고 싶으면 통이 너무 넓거나 좁은 것, 질질 끌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