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달력과 휴대전화 등에서 올해의 설날이 1월 30일로 표기돼 있어 문제가 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걸까?
양력(陽曆)은 태양력의 줄임말로 지구상에서 보는 해의 위치에 따라 정해진 달력이다. 음력(陰曆)은 지구에서 보는 달의 위치에 따라 정해진다.
천문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나라마다 날짜가 달라서 국제적인 시간 약속을 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초 단위까지 정확한 계산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날짜에 대한 오해가 일어나는 경우는 없다. 다만 음력은 양력과 다른 방식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나라마다 음력이 다른 경우가 생긴다.
매달 음력 1일은 해와 달 지구가 일직선이 되는 합삭(合朔·그믐)이 있는 날이다. 합삭이 되는 시각과 상관없이 합삭이 일어나는 날이 음력 1일이 된다. 올해는 양력으로 1월 29일 오후 11시 14분 30초에 합삭이 일어난다. 따라서 1월 29일이 음력 1월 1일, 즉 설날이 되는 것이다.
합삭 시간 등 달력의 정확한 정보를 발표하는 국가 기관은 한국천문연구원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은 매년 초 정확한 계산에 의한 달력 자료를 홈페이지 등을 통해 발표한다. 이번에 일부에서 잘못된 달력이 만들어진 것은 이 자료에 의하지 않고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비공식적인 만세력을 보고 달력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만세력은 과거와 미래의 달력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일부는 전문 연구기관에서 발행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간혹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오류는 합삭이 자정쯤 일어날 때 발생하기 쉽다. 만약 합삭 시각을 잘못 계산해 1시간 정도 늦춰 1월 30일 오전 0시 14분으로 잡았다면 설날을 1월 30일로 계산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합삭이 자정 부근에 발생하면 중국과 한국의 설날이 달라지기도 한다. 한국 시각은 중국보다 1시간 이르다. 이 때문에 한국의 자정은 중국에서는 오후 11시다. 만약 합삭이 한국 시각으로 1월 30일 오전 0시 30분에 발생한다면 한국의 설날은 1월 30일이 되지만 중국에서는 1월 29일 밤 11시 반에 합삭이 일어나기 때문에 1월 29일이 설날이 된다.
즉 합삭이 오전 0∼1시에 일어날 때는 중국과 한국의 설날은 어긋나게 돼 있다. 추석에도 마찬가지 원리가 적용된다. 하루는 24시간이므로 통계적으로 24년에 한 번쯤 중국과 한국의 설날(또는 추석)이 날짜를 달리한다.
현재의 표준시 시스템 때문에 재미있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현재 우리는 한반도의 중심을 관통하는 자오선인 동경 127.5도가 아니라 일본의 표준자오선인 135도를 기준으로 한 시간을 쓰고 있다. 그 결과 해의 실제 위치에 따른 시각보다 30분 이른 시간을 사용하고 있다.
서울의 기준으로 만약 1월 30일 오전 0시 10분에 합삭이 일어난다고 생각해 보자. 이때 설날은 1월 30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표준시 시간으로 보면 합삭은 1월 29일 밤 11시 40분에 일어난 것이 된다. 이런 이유로 표준시를 환원하자는 주장이 국회 등에서 주기적으로 제기되곤 한다(경술국치 이후 135도를, 1954∼1961년엔 127.5도를, 그 이후엔 다시 135도를 표준 자오선으로 사용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달력의 원리를 이해하고 설날을 계산할 필요는 없다. 달력에 쓰여 있는 날짜를 보면서 편하게 생활하면 된다. 다만 이 글을 읽고 설날이 정해지는 원리를 이해했다면 이번 설에 친척들과 모인 자리에서 한번 설명해 보는 건 어떨까.
이태형 ㈜천문우주기획 대표이사
충남대 천문우주과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