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달 2일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선언할 예정이다. 내년 초까지 협상이 잘 마무리돼 한미 FTA가 성사되면 양국 간 교역 품목의 90% 이상이 앞으로 10년간 단계적으로 무관세로 거래된다. 무역규모 세계 12위인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 시장에 접근하기 쉬워지면 중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99%포인트 높아지고 일자리가 10만개 이상 더 생기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한다.
FTA는 구조조정 등 경제개혁을 유발하는 효과도 있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제도와 관행을 개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 교육 법률 등 서비스분야의 개방 폭이 넓어져 나라 모습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대변혁 과정에서 세계적 기준(글로벌 스탠더드)에 잘 적응함으로써 경제를 선진화해야 한다.
시장 개방의 충격이 없을 수 없다. 경쟁력 높은 미국산에 밀려 농축산물 생산이 줄어들 수 있다. 제조업에서도 정밀화학 정밀기계 등이 타격을 받고 서비스분야도 초기의 충격이 우려된다. 이들 분야가 개방 파도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경쟁력 확충을 위한 구조조정도 병행돼야 한다.
우리는 협상에 앞서 미국이 요구한 스크린쿼터 축소 등 4가지 조건을 수용했다. 영화인들은 7월부터 스크린쿼터를 146일 이상에서 73일 이상으로 줄인다는 정부 발표에 반발해 정권 퇴진운동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국내 영화산업은 이미 상당한 경쟁력을 갖췄고 정부가 영화산업 지원대책도 내놓았으니 영화업계도 전체 국익을 위한 FTA 추진에 협조할 필요가 있다.
세계 각국은 이미 FTA 확산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발효 중인 186개 FTA 가운데 95개가 2000년 이후에 체결됐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작년 4월 발효된 칠레와의 FTA, 올해 초 발효될 싱가포르와의 FTA, 작년 말 타결된 유럽 4개국과의 FTA뿐이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가 세계적 대세에 뒤지지 않으려면 진행 중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 캐나다, 멕시코, 일본 등과의 협상도 속도를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