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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2007년 1월 한일 협상 테이블(가상). 일본 정부가 1주일 전 자정 무렵 한국 어선 3척이 영해를 침범했다며 보상을 요구한다. 한국 대표단이 “그럴 리 없다”고 반박하자 일본 측은 인공위성 자료를 증거로 제시한다. 구름 낀 밤에도 잘 찍히는 전천후 위성을 동원해 우리 어선들의 이동 경로를 파악해 놓은 것. 일본은 이 어선들이 언제 한국 항구로 돌아갔는지, 항구에 다른 어선 몇 척이 정박하고 있었는지도 알고 있다.
사례2.
2003년 캐나다는 자체 기술로 개발한 해상도 1m급 전천후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었다. 위성을 쏘아 올릴 로켓은 미국 제품이었고 발사 장소 역시 미국이었다. 그런데 미국 정부가 발사를 거부했다. 해상도 1m급이면 탱크나 차량을 쉽게 구별할 수 있어 다른 나라에 이 위성이 팔리면 미국 주요 군사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결국 캐나다는 해상도를 3m급으로 낮춘 위성을 다시 만들면 2007년 발사하게 해 주겠다는 미국의 ‘허락’을 받았다.》
‘우리 위성을 우리가 원할 때 우리 땅에서 쏘아 올린다.’
내년 10월 인공위성, 로켓, 발사기지가 확보되면 한국은 본격적인 우주개발 시대를 열게 된다. 우주에서 한반도를 관측한 정보를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마음대로 얻을 수 있게 되는 것.
서울대 문우일(文宇一·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그동안 한반도에 관한 위성 관측 정보는 위성, 로켓, 발사기지 등 3박자를 갖춘 미국 일본 등에 요청해 어렵사리 얻었다”며 “특히 일본은 수십 년 전부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위성정보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왔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1996년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우주개발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이미 1950년대에 우주선을 쏘아 올린 미국, 러시아 등 우주개발 선진국과의 엄청난 기술 격차는 당연한 것. 명왕성을 탐사하고 외계 생명체를 찾는 등 천문학적 예산이 드는 ‘우주 연구’에는 손을 댈 수 없었다.
대신 한국은 ‘정보기술(IT) 강국’의 장점을 살려 한반도를 관측하는 실용적인 인공위성 개발 쪽으로 전력을 쏟아 왔다.
과학기술부 김영식(金暎湜) 기초연구국장은 “정부는 한반도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방송통신 용도로 사용하는 인공위성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며 “예를 들어 한반도의 벼 작황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면 수입할 쌀의 양도 정확히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5월 자동차 식별하는 우리 위성 뜬다
한국은 1992년 ‘우리별 1호’를 시작으로 13년간 모두 9개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다.
우리별 1∼3호, 과학기술위성 1호 등 4개는 과학 실험을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다. 개발된 위성부품이 우주 환경에 잘 견디는지 테스트하는 것이 주요 목적.
이에 비해 무궁화 1∼3호와 한별위성(한일 합작) 등 4개는 방송통신용이다.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1호’는 한반도 지형을 촬영하는 것이 가장 큰 임무다. 정부는 올해 5월 ‘아리랑 2호’를 비롯해 2015년까지 다목적 실용위성 6개를 더 쏘아 올릴 계획이다.
위성의 성능은 장착된 카메라의 해상도에 좌우된다. 카메라의 해상도가 1m급은 돼야 실용적으로 의미 있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해상도 1m는 가로세로 1m인 면적이 사진 위에서 한 점으로 나타난다는 뜻. 자동차나 탱크의 대체적인 윤곽을 알 수 있는 수준이다.
아리랑 2호가 찍을 사진의 해상도가 바로 1m급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관계자는 “4년여에 걸쳐 이스라엘 기업 엘롭과 공동 개발한 고해상도카메라(MSC)의 성능 덕분”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주에서 활동 중인 아리랑 1호의 해상도는 6.6m급으로 시내 건물을 식별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아리랑 2호는 설계에서 최종 테스트까지의 국산화율이 80% 정도다. 아리랑 1호는 60% 정도였다.
2008년 발사될 아리랑 5호는 국내 최초의 전천후 위성이다. ‘합성 개구 레이더(SAR)’라는 특수 레이더 장비를 탑재해 야간이나 악천후에도 화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러시아 도움으로 로켓도 개발
2007년 10월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우주센터에는 러시아와 협력해 만든 로켓 ‘KSLV(Korea Space Launch Vehicle)-1’이 위용을 드러내게 된다.
이 로켓은 연구용으로 개발된 100% 국산 소형위성인 100kg급 과학기술위성 2호를 우주로 보내게 된다.
로켓 개발은 2004년 9월 한국과 러시아 간에 체결한 ‘우주기술협력협정’을 기반으로 진행 중이다. 현재 시스템 공동설계를 거쳐 상세설계를 검토하는 수준이다.
이 로켓은 1단 액체엔진과 2단 고체모터로 구성되는 2단형으로, 총길이 약 33m에 최대 총중량은 140t으로 예상된다. 액체엔진은 러시아 주도로 개발하고 고체모터는 우리가 만들게 된다.
KSLV-1이 성공적으로 개발된다면 로켓 분야에서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상당히 좁힐 수 있다. 현재 로켓을 개발하는 능력을 보유한 나라는 8개국에 불과하다.
이 모든 프로젝트는 항우연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 항우연 예산은 지난해보다 44% 늘어난 3189억 원.
2015년경에는 아리랑 2호 2배 정도의 무게인 1.5t짜리 실용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로켓을 직접 제작하는 게 항우연의 목표다.
○ 우주센터 2015년까지 위성 9개 발사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은 1950년대부터 자국에 발사장을 갖춘 우주센터를 건립하고 우주개발을 추진해 왔다. 현재까지 우주센터를 갖춘 나라는 12개국.
우주센터는 한국이 본격적인 우주개발에 뛰어들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전초기지라고 할 수 있다. 2015년까지 이곳에서 9개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계획이다.
외나로도 150만 평에 2003년 8월 공사가 시작된 우주센터는 현재 60% 공정을 보이고 있다. 발사대, 발사통제센터, 발전소 등의 시설은 올해 완공돼 하반기부터 시험 운영에 들어간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한국 첫 우주인 2008년 나온다▼
한국의 첫 우주인은 예정보다 1년 늦은 2008년 3, 4월경 배출될 전망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최근 한국인의 러시아 우주선 탑승 시기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 연방우주국에 대표단을 보낸 결과 이런 공식 방침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과학기술부는 지난해 12월 한국 최초의 우주인 1명을 2007년 4월 러시아 유인우주선 소유스에 탑승시켜 고도 350km의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2월 25일 러시아 연방우주국은 “미국이 2007년 4월 ISS에 체류 중인 미국 우주인의 교대를 위해 우주선 이용을 요청해 왔다”며 “미국을 포함한 ISS 회원국이 우주선 탑승에 우선권이 있기 때문에 한국 측의 양해를 구한다”고 전해왔다.
이에 따라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대대적으로 우주인 후보를 모집하려던 계획도 올해 하반기에나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과기부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지난해 말부터 1차로 300명의 후보를 모집한 후 올해 4월까지 후보 2명을 확정할 예정이었다.
선발된 2명은 러시아 가가린우주인훈련센터에서 체력 훈련, 과학 실험 등 우주 적응 훈련을 받게 되며 이 가운데 1명이 한국 최초의 우주인으로 최종 선발된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은 ISS에서 7∼10일간 머물며 과학 실험을 마치고 돌아올 예정이다.
1961년 구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한 이후 우주인을 배출한 나라는 34개국에 이르며 총 421명이 우주를 다녀왔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