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스포츠 화제! 이사람]핸드볼 큰잔치 우승 코로사 홍상호 감독

입력 | 2006-01-28 03:02:00

핸드볼 팀 HC 코로사 홍상호 감독의 본업은 ‘꽃 파는 남자’다. 그래서 감독보다는 직급인 ‘홍 과장’으로 불린다. 지휘봉을 잡은 지 두 달 만에 핸드볼 큰잔치 우승을 이뤄 냈지만 곧바로 경기 고양시의 한 화훼농가에서 영업전선에 뛰어든 그의 사는 얘기가 흥미진진하다. 고양=이헌재 기자


“이 품종으로 계약하시죠.”

27일 오후 경기 고양시의 한 장미 화훼농가. ‘홍 과장’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핸드볼 팀 HC 코로사의 홍상호(38) 감독은 ‘영업 중’이었다.

홍 감독 옆에는 장대수 정호택 등 고참 선수들이 같이 있었다. 양복 대신 잠바 차림의 홍 감독은 어느새 ‘과장’으로 돌아와 있었다. 장미꽃을 이리저리 매만지며 장단점을 설명하는 모습에선 베테랑 영업사원 티가 물씬 풍겼다.

코로사는 독일의 장미 육종 회사 코르데스사의 한국 독점 대리점. 직원이 고작 20명인 작은 회사다. 그중 16명이 핸드볼 선수단에서 뛴다.

그런 코로사가 20일 탄탄한 모기업을 둔 두산산업개발을 24-23으로 누르고 2년 연속 핸드볼 큰잔치 패권을 차지했다.

우승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주말 이틀을 쉰 뒤 홍 감독은 곧바로 영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장미 농가는 3월부터 새로운 품종의 장미 묘목을 심는다. 따라서 요즘이 최고의 성수기다. 핸드볼 큰잔치 참가로 그동안 미뤄뒀던 일을 하느라 홍 감독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선수 7명이 태릉선수촌에 입소해 더욱 그렇다.

경희대 3학년까지 핸드볼 선수였던 홍 감독은 운동을 그만두고 한 전자 회사에서 일했다. 2000년 사원으로 코로사에 입사한 뒤 이듬해 코로사가 팀을 창단하면서 한때 선수였다는 이유 하나로 1년간 선수 생활을 했다.

그 후 다시 일반 사원으로 돌아갔다가 지난해 말 정명헌 사장에게서 감독 직을 통보받았다. 그리고 불과 두 달 만에 팀을 한국 남자핸드볼 정상에 올려놓았다.

3월 1일부터 ‘홍 과장’은 직급이 한 단계 올라가 ‘홍 차장’이 된다. 이번 우승의 대가로 정 사장이 승진을 약속한 것.

홍 감독은 “오랫동안 함께한 선수들이라 지도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 다만 선수들이 일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사장도 “최고의 실력을 가진 선수들이 아직 변변한 체육관 시설도 없이 여기저기를 전전하며 운동을 한다. 뜻이 있는 큰 기업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준다면 더욱 좋은 팀이 될 것”이라고 주변의 관심을 부탁했다.

고양=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