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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912년 美화가 잭슨 폴록 출생

입력 | 2006-01-28 03:02:00


‘드로잉할 줄 모르는 무식한 화가.’

젊었을 때 그에 대한 평가는 이랬다.

그러나 그 평가는 불과 20년도 안 돼 180도 달라졌다.

미국을 대표하는 화가 잭슨 폴록.

그는 그리지 않고 유명해진 화가로 불린다.

폴록은 커다란 캔버스를 바닥에 놓고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무대에서 공연하듯 작업을 했다. 이른바 ‘액션 페인팅’이다.

물감을 물에 타서 깡통에 붓고 막대기로 저은 후 허공에 휘휘 저어 물감이 캔버스에 떨어지게 했다.

그의 손놀림에 따라 선과 입자는 가늘었다가 굵어졌고 가까웠다 멀어졌다. 손을 빠르게 휘두르면 캔버스에 비가 내렸고 천천히 물감을 흘리면 강이 흘렀다.

“눈을 크게 뜨면 갑자기 소용돌이치는 얽힘이 내 눈앞에 전개됐다. 나는 내 그림들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없었다. 그것들은 그저 그려질 뿐이다.”

캔버스는 그의 우주였고 그는 자유로운 창조자였다. 그의 우주는 무질서와 우연성이 얽히고설킨 공간이었다.

일반인은 그의 그림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림이 제대로 놓였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이성과 질서에 익숙한 눈에 그의 그림은 보이지 않았다.

한 여성이 “당신은 언제 그림이 완성되는지 알 수 있나요”라고 묻자 폴록은 “당신은 언제 당신의 섹스가 완성되는지 알 수 있소”라고 되물었다.

폴록은 1912년 1월 28일 미국 와이오밍 주에서 태어났다.

예술의 중심을 파리에서 뉴욕으로 옮겨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화가로 꼽힌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은 술과 정신질환으로 얼룩졌다.

미술 공부를 위해 뉴욕에 온 10대 후반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해 평생 알코올의존증의 딱지를 못 뗐다. 술은 자학의 수단이자 우울증에 대한 스스로의 처방이었다.

“그는 술을 마시지 않을 때는 부끄럼을 많이 타고 거의 말이 없었다. 하지만 술을 마시면 늘 싸우려고 했다.”(폴록의 한 지인)

44세의 나이에 요절한 것도 술 때문이었다. 1956년 8월 11일 취한 채 차를 몰다가 사고로 죽었다.

그가 죽기 얼마 전에 밤하늘을 보며 했다는 말은 매우 시적(詩的)이면서 의미심장하다.

“인생이 아름답고, 나무들이 아름다우며, 하늘이 아름답다. 왜 나는 고작 죽음에 대해서만 생각하는가.”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