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은행인 중국궁상(工商)은행(ICBC)이 자사 지분 10%를 골드만삭스 그룹과 알리안츠,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3개 외국 금융기관에 37억8000만 달러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27일 보도했다.
이번 매각 규모는 외국 자본의 중국 금융업 진출 사상 최대 액수로 앞으로 해외 투자가의 중국 금융업 진출이 급속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총자산 6850억 달러에 2만 개의 지점을 가진 ICBC는 일본을 제외하면 아시아 최대 은행으로 중국 내 금융거래 규모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장부가격 1.22배에 인수=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ICBC 지분 7%를 25억8000만 달러에 사들였다. 알리안츠는 10억 달러로 지분 2.5%를 인수했고 나머지 지분 0.5%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가 2억 달러에 인수했다.
매각액은 장부가의 1.22배로 당초 예상보다 약간 비싼 편이다. 이는 지난해 중국건설은행(CCB)이 기업공개(IPO) 직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해외 투자가들에게 장부가격의 1.2배에 주식을 넘겼으나 정작 상장(上場) 이후 장부가의 2.7배에 거래되는 바람에 중국 내에서 헐값 매각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금융 개혁의 시험대=그동안 외국 금융기관의 자국 금융시장 진출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온 중국 정부가 골드만삭스 등의 ICBC 진출을 허용한 것은 낙후된 중국 금융산업을 시급히 개혁할 수밖에 없다는 상황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약에 따라 올해 12월까지 금융시장을 전면 개방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전면 개방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미리 부분 개방을 해서 금융 시스템을 개혁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ICBC가 100억 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주식의 해외 상장과 금융 서비스의 국제화를 위해 ‘국제 금융계의 큰 산 3개’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외국 자본의 진출 허용이 곧바로 중국 금융 서비스 산업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금융시장이 개방될 경우 만성화된 저효율과 막대한 부실채권을 안고 있는 중국 금융업계가 되레 휘청거릴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상은(鄭常恩) 수석연구원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외국과 손을 잡은 ICBC의 합작 성공 여부가 앞으로 중국 정부가 금융개혁을 어떤 식으로 해 나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