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유명 사립대에 함께 입학한 김모(33) 씨와 강모(33) 씨는 절친한 사이다. 이들의 처지는 졸업 이후 크게 달라졌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행상을 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 김 씨는 대학 시절 내내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학교 공부에 소홀했다. 그는 낮은 학점과 늦은 졸업 탓에 기업 입사를 포기하고 변리사 시험을 준비 중이다.
반면 전문직에 종사하는 아버지 밑에서 풍족하게 자란 강 씨는 대학 시절 어학연수와 기업 인턴 등 다양한 경험을 쌓고 대기업에 입사해 연봉이 4000만 원 이상이다.
이처럼 부모 직업이 아들의 직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연구한 결과가 발표됐다.
성균관대 차종천(車鍾千·사회학) 교수가 한국노동연구원의 7차 한국노동패널조사(2004년)에 포함된 2463명을 조사한 결과 상급정신근로자 아버지를 둔 아들은 하급육체근로자 아버지를 둔 경우에 비해 상급정신근로자가 될 확률이 3.6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하급정신근로자의 아들이 아버지와 같은 계층으로 편입될 확률은 상급정신근로자 아버지를 둔 아들이 하급육체근로자가 될 확률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차 교수는 직업을 상·하급정신근로자, 상·하급육체근로자, 농민 등 5개 계층으로 나눠 부자(父子)간 계층 이동을 분석했다. 1998년 이후 매년 이뤄지는 한국노동패널조사 자료를 통해 세대 간 사회 이동을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
이 조사에서 부자간 직업 계층의 급격한 변화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위 직업 계층일수록 부자간 세습 비율은 높았다. 상·하급정신근로자의 세습 비율은 30%가 넘는 반면, 상·하급육체근로자 세습 비율은 20%대였다.
이 같은 결과는 사회의 양극화로 이어진다. 사교육비 분석에서도 상하위층의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균관대 양정호(梁汀鎬·교육학과) 교수가 2001∼2004년 자녀에게 사교육비를 지출한 노동패널 1500가구를 분석한 결과 가구당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은 2001년 월평균 26만8000원에서 2003년 39만2000원으로 꾸준히 증가하다 2004년 36만9000원으로 약간 감소했다.
사교육비 지출 하위 20%와 상위 20% 간의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 격차는 2001년 7.6배에서 2004년 8.6배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비 지출 하위 20%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2001년 7만4000원에서 2004년 9만8000원으로 2만4000원 정도 늘었지만 상위 20%는 56만8000원에서 83만7000원으로 약 27만 원 늘었다.
또 사교육비 지출의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도 2001년 0.37에서 2004년 0.39로 높아졌다. 지니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정도가 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양 교수는 “평균 사교육비 지출 증가량에 비해 상위 계층의 사교육비 지출 증가량이 훨씬 크다”면서 “이는 계층에 따른 교육 불평등을 낳고, 사회적 계층의 양극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김호기(金晧起·사회학) 교수는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기업은 일자리 창출에 힘쓰고 정부는 주택 가격 안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또 공교육 정상화를 통해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고 가난의 세습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차 교수와 양 교수의 조사 결과는 다음 달 2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7차 한국노동패널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