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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떡’ 세계인이 즐긴다

입력 | 2006-01-29 15:01:00


“가와이, 스고이, 오이시이!” (귀엽다, 대단하다, 맛있다!)

찹쌀가루가 뽀얗게 묻은 일본 관광객들의 입에서 연신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설 연휴 시작인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의 ‘떡 카페’들은 유창한 외국어를 구사하는 상인과 외국인 손님들로 북적였다.

떡을 팔던 한 아주머니는 “외국인들이 한 개만 먹어도 배가 든든한지 식사대용으로도 즐긴다. 특히 일본 관광객들은 단자(團子)를 보고 ‘작고 귀엽다’며 좋아한다”고 말했다. 단자는 찹쌀로 만든 반죽 속에 소를 넣고 겉에 꿀을 발라 고물을 묻힌 우리 고유의 떡.

‘떡장수’라고 해서 좌판에 놓인 넙적한 시루떡이나 방앗간에서 뽑아내는 길쭉한 가래떡을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떡과 차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떡 카페’ 내부는 마치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처럼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실내장식 하나까지 멋스럽다.

상품 진열대에는 곱게 포장된 떡들이 오밀조밀 놓여있다.

서울 종로구 와룡동 떡 카페 '질시루' 내부 모습. / 한국전통연구소




해외 관광객에 가장 인기가 좋다는 ‘딸기단자’는 화려한 조명 속에 분홍의 고운 색깔을 뽐내고 있다. 그 옆에 ‘흑미단자’와 ‘초코단자’, ‘땅콩호두영양단자’도 형형색색 옷을 입었다.

우리 떡에 색다른 재료를 곁들인 ‘퓨전떡’도 있다. 향기로운 헤이즐넛 커피향이 가득한 ‘커피편’과 치즈를 듬뿍 넣어 쪄낸 영양만점의 ‘당근치즈편’, 달콤한 와인 소스를 얹은 ‘와인조각떡케익’, 비타민이 풍부한 ‘꽃사과단자’는 입맛 까다로운 세계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는다.

떡으로 만든 샌드위치도 있다. 빵 대신에 떡을 이용해서 겉을 만든 뒤 속에 갖가지 야채류와 호두, 잣을 넣어 고소하다.

“고객의 40%는 외국인… 일본, 독일에 수출도”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교수가 운영하는 ‘질시루’는 최근 일본과 독일의 유통업체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작년 9월 수출을 위해 유통기한을 늘린 ‘레토르트 떡’을 새로 개발해 외국인들에게 크게 호평을 받았다. 이 떡은 ‘햇반’처럼 전자레인지에 넣고 3분 만에 데워 먹을 수 있다.

가격도 용기 하나에 3000원. ‘모치’라 불리는 일본 떡에 비하면 절반 가격이다.

작년 독일의 쾰른 식품박람회와 대만의 타이베이 식품박람회에 출품돼 호평을 받았다.

‘질시루’의 이민선 실장은 “우리 매장을 찾는 고객의 40%는 외국인”이라며 “동양인들은 일본 떡보다 싸고 맛있다며 선물용으로 많이 사간다. 서양인들은 이가 튼튼하지 않은지 찹쌀로 만든 떡보다 멥쌀로 만든 떡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떡 만드는 강좌에 외국인 몰려”

떡을 맛보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들어 보려는 외국인들도 있다.

지난해부터 한국문화재보호재단 ‘한국의 집’에서 운영하는 ‘궁중수라간’은 매일 두 차례씩 궁중요리를 체험하는 교실을 운영한다. 떡을 만드는 강좌도 있는데 다른 요리보다 외국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좌에 참여했던 한 중국인은 “모양도 너무 예쁘고, 한입에 쏙 들어 갈 수 있게 만들어 먹기에도 편하고, 달지도 않다”며 “혼자 먹기 아까울 정도다. 사진을 찍어서 친구들에게도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집’ 관계자는 “드라마 대장금 방영이후 한 번에 30여 명씩의 외국인들이 몰려와 강좌에 참여하고 있다”며 “주로 일본과 중국, 대만, 필리핀 등의 아시아 관광객들이 많고, 최근에는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문의전화가 걸려온다”고 말했다.

궁중음식연구원(원장 한복려)도 지난해부터 외국인들을 위한 떡 요리 강좌를 개설했다. 외국인 수강생의 경우 주로 여행사를 통해 신청한다.

궁중음식연구원 관계자는 “외국인이 한번에 20여명이 수강 신청을 한 적도 있다. 내국인 대상 강좌에서도 늘 1~2명의 일본인 수강생이 있다”며 “그들이 ‘한국 떡 맛에 반했다’고 할 때는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설날에는 어떤 떡을 먹나▽

■ 떡국

설날 아침 담백한 가래떡으로 떡국을 끓여 먹는다. 설날에 떡국을 먹는 것은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상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이를 물을 때 ‘ 몇 살이냐 ’ 라고 묻기 전에 ‘ 떡국 몇 그릇 먹었느냐 ’고 묻기도 한다.

시루에 찐 떡을 길게 늘여 뽑는데 이는 ‘재산이 쭉쭉 늘어나라’는 축복의 의미를 담고 있고, 가래떡을 둥글게 써는 이유는 둥근 모양이 마치 옛날 화폐인 엽전의 모양과 같아서 새해에 재화가 풍족하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다.

‘동국세시기’의 정월편에는 ‘떡을 돈같이 썰어 국을 끓여 먹는다’고 하여 새해 첫날 자신의 집안은 물론 세배 손님에게까지 떡국을 먹여 재물이 풍성하기를 기원했다.

설날의 흰떡국은 최남선의 ‘조선상식’에서 흰색의 음식으로 새해를 시작함으로써 천지 만물의 부활신생을 의미하는 종교적 뜻이 담긴 것이기도 하다. 흰떡의 역사를 문헌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우나 벼농사를 짓고 시루와 돌확을 사용했던 때가 기원전 4~5세기경으로 밝혀져 있으므로 이 때부터 흰떡이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가운데가 잘록한 조랭이 떡을 넣은 조랑떡국은 조선 개국 당시 이성계가 정권을 장악하며 고려 충신들이 떼죽음을 당하자 고려인들이 칼을 가는 심정으로 떡을 하나하나 빚으면서 이성계에 대한 울분을 풀었다는 데에서 유래한다. 주로 개성지방에서 많이 해 먹는다.

■ 빈대떡

녹두를 갈아 한 국자씩 떠서 번철에 펼친 다음 육류·숙주·느타리버섯 등을 얹어 지진 떡인데 술안주로 가장 널리 이용되는 전통 떡이며, 설날 술안주로 인기가 많다.

■ 약식

찹쌀을 불려서 참기름, 꿀, 설탕, 진간장, 밤, 대추, 잣 등을 넣어 버무린 뒤 중탕으로 쪄낸 떡이다. 약식은 신라 소지왕 때 국가의 재앙을 미리 알려준 까마귀에 대한 보은의 뜻으로 찹쌀밥을 검게 물들여 산에 뿌린데서 유래해 1500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이다.

■ 찰수수부꾸미

부꾸미는 비교적 후대에 만들어진 떡으로 차수수가루를 익반죽하여 둥글납작하게 빚어 지지다가 팥소를 놓고 반달 모양으로 접어 붙인 떡으로 고소한 기름 냄새가 설의 잔치 분위기를 돋워 준다.

(도움말: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