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면 어른들은 아랫사람에게 ‘福(복) 많이 받아라’라는 덕담을 해 준다. 본래 이 말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해서는 안 되는 인사말이다. ‘福’의 의미를 알아보자. ‘福’은 ‘示(시)’와 ‘N(복)’이 합쳐진 자이다. ‘示’는 제사와 관련된 기물을 그린 것이다. 이에 따라 ‘示’는 ‘하늘이나 선조의 뜻을 보여 줌’을 나타낸다. ‘示’에 ‘보이다, 가르치다, 알려주다’라는 뜻이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示’의 원래의 의미는 ‘하늘의 뜻, 하늘의 계시’가 된다.
‘N’의 최초의 자형은 술병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있는 모양이다. 제사를 지낼 때는 흔히 잔에 술이 넘치도록 가득 붓는다. 이에 따라 ‘N’은 ‘넘쳐흐르다, 넘쳐서 퍼지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幅(폭)’은 ‘巾(건)’과 ‘N’이 합쳐진 자이다. ‘巾’은 ‘수건’이라는 뜻으로서 대개는 ‘천, 옷감’ 등의 직물을 나타내므로, 이는 ‘옷감이 퍼져 나가다’는 뜻을 나타낸다. 포목상에 가 보면 옷감을 팔 때, 나무에 둘둘 말아 놓은 옷감을 죽 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옷감의 폭, 너비가 나타난다. 이에 따라 ‘幅’은 ‘폭, 너비, 옷감의 단위’를 나타낸다. ‘富(부)’는 ‘면(집·면)’과 ‘N’이 합쳐진 자이므로 ‘집안이 퍼져 나가는 모습’을 나타낸다. 따라서 ‘富’는 ‘재물이 많고 넉넉하다, 풍성하다’라는 뜻을 갖는다. ‘副(부)’는 ‘도(도)’와 ‘N’이 합쳐진 자이다. ‘도(도)’는 ‘칼, 칼질하다, 자르다’를 뜻하므로 ‘副’는 ‘퍼져 나가는 것을 자르다’라는 의미가 된다. 이에 따라 ‘副’는 ‘자르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퍼져 나가는 것을 자르면 어떻게 되는가? 잘라진 두 개는 바로 옆에 존재한다. 그러므로 ‘옆에 있다’라는 뜻이 나온다. 옆에 있게 되면 서로 돕게 된다. 그러므로 ‘副’는 ‘돕다, 시중들다’라는 뜻을 갖는다. ‘福을 많이 받아라’라는 말은 ‘하늘의 뜻을 넘치도록 많이 받아라’라는 의미가 된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