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기에 맨츠는 영국 특유의 점잖은 음악학자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일단 바이올린을 턱 밑에 가져가기만 하면 그는 마치 18세기 시대의 소리를 연구하는 상상의 연구소에서 종횡무진하는 팔팔한 과학자로 돌변한다.’(뉴욕타임스)
중세·르네상스·바로크 시대의 고(古)음악을 작곡하고 당대의 악기와 연주 방식으로 복원하는 ‘원전연주(정격연주)’의 최고봉인 바이올리니스트 앤드루 맨츠(사진)가 내한공연을 한다. 11일 오후 6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옛 음악을 원형에 가깝게 재현하고자 시도됐던 시대악기 연주(원전연주)는 1980년대 이후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면서 클래식 음악 내에서 또 하나의 독립된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음악박물관 진열대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고악기들을 무대 전면에 재등장시켰고, 세월의 먼지 속에 잊혀졌던 수많은 작곡가의 작품들이 다시금 생명을 얻었다.
영국 왕립음악원과 네덜란드 왕립음악원에서 고음악 연주를 수련한 맨츠는 비발디 해석의 최고 권위자. 1996년 ‘고음악 아카데미’의 악장으로 취임하면서 영국 고음악계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고, 2003년에는 30여 년간 세계 최고의 시대악기 오케스트라로 군림해 온 영국 ‘잉글리시 콘서트’의 제2대 음악감독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 음악회에서 맨츠는 잉글리시 콘서트와 함께 바흐의 장남인 빌헬름 프리데만(1710∼1784)의 ‘신포니아 F장조’ 등 바흐 가족이 남긴 곡들을 하프시코드, 류트, 오르간 등 당대의 악기 소리로 재현한다. 3만∼12만 원. 031-783-8000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