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펀드 운용사인 헤르메스가 삼성물산 주식 시세조종(주가조작) 혐의로 31일 약식기소됐다. 외국계 펀드 운용사가 국내에서 검찰에 의해 형사 처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국내 시장에서 활동하면서 투기 논란을 일으키는 해외펀드의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부장 정동민·鄭東敏)는 “영국계 투자법인 헤르메스의 전 펀드매니저 로버트 클레멘츠 씨가 언론 인터뷰를 이용해 삼성물산 주가를 띄운 뒤 보유 주식을 팔아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가 인정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기소 중지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헤르메스는 2004년 11월 29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삼성물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언급하고 이틀 뒤 이에 관한 기사가 보도돼 삼성물산 주가가 오르자 삼성물산 주식을 모두 팔아 치워 290여억 원의 시세 차익을 거둔 혐의다.
검찰 관계자는 “헤르메스가 주가조작을 통해 290여억 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지만 보유 기간과 매매 시점 등을 고려해 계산했을 때 부당이득은 80여억 원”이라며 “이 가운데 수수료 등을 뺀 73억 원을 벌금으로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헤르메스 측은 보도 자료를 통해 “한국 검찰의 기소를 수용할 수 없다”며 약식기소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할 뜻을 내비쳤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