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5일 개통한 신대구부산고속도로의 통행료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기존 대구∼부산 간 경부고속도로보다 거리가 36km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통행료는 5600원보다 2900원 비싼 8500원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부산 시내나 인근 경남 지역으로 갈 때 내야 하는 연결도로 통행료까지 고려하면 약 5000원을 추가 부담하는 사례도 생긴다는 것. 이는 정부가 공사원가 등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공사비 관리는 제대로 이뤄졌으며 절약되는 기름값만으로도 이용자에게 이익이라고 말한다. 과연 통행료 책정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거리 줄었는데 너무 비싸▼
고속도로 통행요금은 통상 거리가 줄어들면 요금도 줄어든다. 그런데도 신대구부산고속도로의 요금이 비싸진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민자고속도로 건설사업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고속도로나 천안논산고속도로 등 민자고속도로는 예외 없이 정부가 직접 건설한 고속도로보다 통행료가 비싸서 논란이 되었다.
민자고속도로는 정부가 직접 재정을 지출하여 도로건설을 하기 어려울 때 민간의 자본을 이용해 필요한 사회기반시설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현재의 민자고속도로 사업은 원래의 목적과는 다르게 운영되고 있어서 비싼 통행료 책정이 불가피하다. 통행료가 싸진다고 크게 좋아할 것도 없다. 고속도로 운영으로 사업자가 손실을 입으면 손실금의 90%를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 줘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민자고속도로 사업은 통행료가 싸도 문제이고 비싸도 문제인 제도가 된 것이다.
신대구부산고속도로 건설 과정을 들여다보면 첫째, 경쟁 없이 수의계약으로 사업자가 선정됐다. 사업자를 뽑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가 경쟁 없이 단독으로 입찰을 하더라도 사업권을 딸 수 있도록 돼 있어서 민자사업의 경제성이 나빠질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총사업비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공사비를 시공자가 선정되기 전에 결정해 실제 시공에 투입되는 비용보다 2배가량 부풀려진 공사비가 반영되었다.
셋째, 민간자본을 유치한다고 하지만 정부의 재정지원과 넓은 의미의 정부 보증을 합치면 총사업비의 약 70%가 정부 측에서 나와 민간사업자는 30% 정도밖에 자본투자를 하지 않는다. 사실상 정부재정으로도 할 수 있는 ‘무늬만 민자’인 사업이었다.
이러한 결과로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사업자는 공사에서만 실시협약에서 보장한 1400억 원보다 5배 많은 이윤을 챙겼다. 여기다 부풀려진 공사비를 통행료 책정의 근거로 활용해 비싼 통행료까지 받고 있다. 민자고속도로의 통행료는 민간의 투자비를 회수하는 운영수입으로 ‘통행료×통행량’으로 결정된다. 공사비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으면 통행료가 비싸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비싼 통행료의 원인은 일차적으로 민자고속도로 건설 제도에 원인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정부는 업체 간 경쟁의 기회를 열어 놓았고 철저한 검증도 했다고 설명하지만 이는 통행료 논란이 민자사업 제도의 정당성 논란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주장이라고 생각된다. 실시협약 당시의 공사비와 실제 집행된 공사비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이 소홀한 상태에서 그런 해명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최근 정부가 사업자의 손실을 보전해 주는 운영보장제를 폐지한 것은 다행이지만 그것으로 정부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다.
감사원이나 정부기관에서 공사비의 적정한 집행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야 하고 이에 따라 통행료를 조정하거나 또는 민간사업자의 운영기간 및 각종 보장 수준을 조절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민자사업의 사업자 선정에서의 경쟁, 시공자 선정 후 공사비 책정, 민간제안사업의 폐지 또는 정부재정 지원 금지, 통행료 책정 시기 유예기간 설정 등으로 민자사업의 정상화가 더욱 절실하다.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감시국장
▼민자유치 특성상 불가피▼
대구, 밀양, 부산을 직선으로 잇는 신대구부산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통행거리의 단축(36km)으로 기름값이 승용차 기준으로 4000원이 절감되며 통행시간도 30분가량 줄어든다. 또 기존 경부고속도로와 구마고속도로의 통행량을 분산시켜 물류비 부담을 줄여 준다.
이런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로서는 기존 도로에 비해 거리는 짧은데 통행료를 더 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재정으로 건설된 기존 도로의 통행료에는 법인세와 부가가치세가 전액 감면되고 통행료도 건설 원가의 80% 수준에서 책정되고 있다. 운영 기간도 제한이 없다. 그러나 민간의 자본과 기술로 건설되는 민자고속도로에는 이런 혜택이 전혀 없다. 사도(私道)의 성격이 있기 때문. 운영 기간도 제한되어 있어서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시설을 무상으로 정부에 기부해야 한다. 이 때문에 통행료에는 건설에 소요된 투자사업비의 환수와 기업의 이윤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또 민간투자사업은 공사 기간 중 공사비 증액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자체 해결해야 한다. 반면 정부 재정사업일 때는 민간업체가 정부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해 돈을 추가로 받아간다.
일부에서는 이같이 중요한 고속도로를 정부가 직접 건설하지 않고 왜 민간투자 사업으로 추진해 통행요금을 비싸게 징수하는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물론 정부도 중요한 사회기반시설에 대해 직접 건설하기를 바라지만 재정을 마구 늘릴 경우 경제에 큰 충격을 주게 된다. 그렇다고 한정된 정부 재정 안에서만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투자 시기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이는 물류비를 증가시켜 국가경쟁력에도 부담을 준다. 이 때문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투자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다. 여기에다 민자사업으로 추진할 경우 민간의 창의와 효율을 기대할 수도 있다. 특히 이번에 개통된 신대구부산고속도로를 추진한 시점이 우리가 외환위기에 처해 있을 때여서 정부의 재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음을 감안해야 한다.
이 도로가 수의계약으로 건설된 데 대한 지적도 있다. 기대수익이 큰 사업은 경쟁이 치열해 정부가 유리하게 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지만 수익성이 불확실한 사업은 그렇지 못하다. 입찰자가 없으면 수의계약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며 이는 재정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다행히 민간투자사업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협상단이 사업비와 수익률 등을 검토하고 다단계의 심의 과정을 거친다. 비록 수의계약이긴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히 합리적인 절차에 의해 견제되고 추진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운영 수입 보장 규정의 폐지 및 사용료 상한제 도입, 사업비 및 교통량 등의 적격성 조사 제도 도입 등 과다한 규제로 외국투자자는 민자사업 투자를 기피하고 있어 국내 자본만이 제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간과 에너지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새 도로의 개통으로 시간과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선택권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새 도로의 통행료에 대해 거리의 장단에 따라 단순 비교하기보다는 이용자가 누리게 될 편익을 고려하여 다각적인 시각으로 판단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이한준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