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치레를 버려라.’ 진보 웹매거진 슬레이트닷컴이 미국 대통령의 연두 국정연설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한마디로 공허한 말이나 허식보다는 알맹이를 채우라는 것. 슬레이트닷컴은 의례적이 돼 버린 국정연설의 3가지 맹점을 지목했다.》
▽‘손은 제발 제자리에(Put your hands down)’=국정연설이 행해지는 밤이면 의회는 일종의 ‘정치 극장’ 같은 느낌마저 든다. 대통령과 악수하는 장면이 TV 화면에 잡힐 수 있도록 일부 의원들은 저녁까지 굶고 앞자리를 차지하는 해프닝도 벌어진다. 연설 전 대통령이 의원들의 어깨를 두드리고 이들의 기립 박수 속에 등장하는 모습이 ‘연출’될 필요는 없다. 그냥 다른 문을 통해 조용히 등장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라. 또 백악관의 연설문 작성자들은 상하원 의원들의 박수 횟수까지 사전에 고려(?)해야 하는 관계로 연설 내용과 표현을 부풀리고 있다. 그런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
▽‘근본에 충실하라(Stick to the basics)’=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국정연설은 833단어였다. 요즘은 평균 5000단어 정도로 늘어났다. 내각, 로비스트, 의회 관계자들이 각각 자신들의 이슈를 국정연설에서 언급해 달라고 로비를 하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에게는 별 의미가 없어도 이들이 부탁한 이슈를 한 번만이라도 언급하면 즉각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의외로 여겨지겠지만 1980년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의 국정연설, 즉 ‘카터 모델’을 따르는 것은 어떨까. 당시 카터 대통령은 연설의 3분의 2를 ‘소련의 위협’에 할애했고 나머지는 에너지 법안 통과의 필요성만을 역설하는 데 주력했다. 필요한 이슈만을 집약한, 본분에 충실한 연설이었다.
▽‘정치 쇼는 이제 그만!(No more living props!)’=용감한 시민 또는 고인이 된 ‘영웅’의 유가족을 퍼스트레이디 등이 앉아 있는 로열석으로 불러 기립 박수와 함께 기리는 것도 국정연설의 의례적 절차 중 하나다. 1982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이 비행기 추락으로 포토맥 강에 빠진 이들을 구한 시민 레니 스코닉 씨를 기리면서 시작된 ‘전통’이다. 하지만 ‘반복적인 예식’은 참신하지 않은 정치 쇼에 불과하다. 이 부분을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 오히려 더 참신할 것 같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