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보카트의 화법.’
딕 아드보카트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농담도 잘한다. 그는 훈련이 끝나고 국내 언론들과 인터뷰를 할 때면 손가락으로 녹음기 수를 세어 보며 “오늘은 몇 개 언론사인가?”라고 농담을 건다. 질문 시작 전 기자들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 쾌활한 어투로 “당신 심각합니까?”라고 웃기며 먼저 분위기를 부드럽게 유도한다. 그러나 아드보카트 감독이 항상 웃는 것은 아니다. 훈련 도중 선수들이 실수할 때는 운동장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손짓 발짓까지 섞어가며 불같이 화를 낸다. 하지만 그는 선수들에 대한 칭찬에 인색하지 않다. 기회가 날 때마다 선수들을 공개적으로 칭찬한다.
한편 아드보카트 감독은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으로 비치고 있다. 패했을 때도 그는 “우리는 경기 도중 많은 기회를 만들었다”며 그 과정에 있어서의 팀과 자신의 지도 스타일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아드보카트 화법’의 또 한 가지 특징은 항상 목표와 현재의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최근 전지훈련에 대해서는 ‘과정’ ‘평가’ ‘개선’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쓰고 있다.
확실한 목표 설정과 감독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강한 질책과 칭찬 및 유머를 적절히 구사하는 것이 그의 화법과 지도 스타일이다. 이 같은 강온 양 측면을 통해 한편으론 선수들을 휘어잡고 한편으론 자신감을 심어 주는 것이 아드보카트 용병술의 요체다.
아드보카트 감독도 패했을 때는 표정이 밝지 않다. 그러나 그 자신의 말처럼 성공적인 ‘과정’과 ‘개선’을 거친다면 최후에 웃는, 진짜 유쾌한 아드보카트 감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홍콩에서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