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정부가 추진하는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개발부담금 제도가 실제로 시행되면 재건축 사업은 결정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용적률을 올려줘 발생하는 집값 상승분을 정부가 거둬 가면 아파트를 재건축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산 증식을 위해 재건축을 추진해 온 아파트 주민들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는 데다 용적률을 높여 준 만큼의 개발이익을 정확히 산정하기가 어려워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114 김희선(金希鮮) 전무는 “서울 강남의 유일한 주택 공급 통로인 재건축이 위축돼 장기적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건축 개발부담금 얼마나 물리나
1일 열린우리당 부동산정책기획단 회의에서 대한주택공사 산하 주택도시연구원이 내놓은 방안의 핵심은 재건축으로 늘어난 아파트 층수와 평수를 가격으로 환산해 일정 비율을 부담금으로 떼어 간다는 것이다.
재건축 개발이익은 사업이 끝난 뒤 용적률 상승으로 늘어난 평수를 포함한 전체 토지가격에서 재건축 전의 토지가격과 각종 비용을 빼 계산한다.
부담금 비율로 나온 세 가지 방안에는 개발이익을 100% 환수하는 방안까지 포함돼 있어 격심한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나머지 두 가지 방안도 △25% 환수 △이익 규모에 따라 10∼40% 환수하자는 것이어서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직접적인 재산권 침해로 받아들일 만하다. 다만 대상지역은 전국이 아니라 수도권 전역과 지방의 각종 개발 수요가 있는 ‘투기과열지구’로 한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로서는 법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에 당정은 특별법을 새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미 올해 1월 1일부터 택지, 산업단지, 관광단지 등 30개 대형 신규 개발사업에 대해 개발이익의 25%를 환수하는 개발부담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재건축 사업 추진에 결정타 될 수도
정부와 여당이 ‘극약 처방’이라고 할 만한 대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재건축 아파트가 ‘주거용’이 아니라 ‘투자용’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 아파트 ‘투자’를 통한 시세차익을 줄이면 재건축 아파트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임대아파트 의무건설 비율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발부담금까지 부과하면 조합원들의 기대이익이 크게 감소해 재건축이 빠르게 냉각될 것으로 예상했다.
게다가 이르면 올해 7월부터 건물의 증축이나 재건축, 재개발에 따라 필요한 도로, 공원, 학교 등 주변 기반시설의 설치비용 중 20%를 건축주가 부담하는 ‘기반시설부담금제’가 시행되기 때문에 재건축에 따른 건설업체와 조합원들의 부담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재건축 조합원 반발 거셀 듯
이날 회의에서 주택도시연구원 박헌주(朴憲注) 원장은 “토지와 재건축을 개발이익 환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론이 있지만 ‘가용 토지 부족’이라는 한국의 특수성에 입각해 다른 재산권과 달리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자신의 재산권이 침해당한다고 느끼는 아파트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 관계자는 “최근 재건축 단지 아파트 값이 오른 것은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에 따른 규제완화 기대심리와 공급부족 때문인데 엉뚱한 데서 원인을 찾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을 비난했다.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위헌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 K 씨는 “개발부담금은 택지 개발처럼 공공의 개발사업으로 발생한 이익을 환수하는 것인데 공공 개발사업이 아니라 개인이 갖고 있는 오래된 아파트를 헐고 새로 짓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정부가 가져가겠다면 위헌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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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