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은 ‘김치’입니다. 별명은 ‘한국’입니다. 그런데 작년 기생충파동 하나로 파김치가 됐습니다. 외국선 절 거들떠 보지도 않거든요. 제 홍보 예산이 10억입니다. 톱스타 광고 몸값이 10억입니다. 농산물의 태극전사, 김치 좀 살려주십시오.》
한국의 농축산물 수출은 2004년 20억 달러(약 2조 원)를 달성했습니다.
당시 국내 농축산물 유통업계는 1971년 한국이 처음으로 총수출 10억 달러를 넘었을 때를 떠올리며 희열을 느꼈다고 합니다.
한국처럼 농업 규모가 작은 나라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준 거죠.
20억 달러 중 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1억 달러 정도랍니다. 하지만 김치는 단순히 20분의 1의 중요성만 지닌 것은 아닙니다.
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이미지 상품입니다. 하나의 품목이지만 배추 무 고추 마늘 등이 들어간 복합 상품으로 한국 식품의 이미지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산 김치에 대한 인상이 좋으면 다른 한국산 농축산물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통업계에서는 김치를 ‘미끼상품’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요즘 김치 수출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발견됐다는 ‘김치 파동’의 여파 때문이죠.
지난해 1∼9월 김치 수출은 매월 700만∼900만 달러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10월에 650만 달러로 떨어지더니 11월 460만 달러, 12월 560만 달러(이후 추정치), 올해 1월 450만 달러로 거의 반 토막이 났습니다.
이런 상태라면 올해 농축산물 수출 목표인 24억 달러 달성도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한국 김치는 안전하다’는 인식을 해외에 심어 주는 홍보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해외 홍보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답니다.
올해 전체 농축산물 해외 홍보 예산은 약 35억 원. 이 중 김치 홍보에 쓸 예산은 10억 원 안팎입니다.
미국의 오렌지 상표인 선키스트가 2002년 한국에서 사용한 광고비만 46억 원이었습니다.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습니다. 한국인삼공사는 중국과 일본에 홍삼 브랜드 ‘정관장’을 알리기 위해 지난해 한류 스타 이영애 씨와 약 10억 원에 광고모델 계약을 했습니다.
한국 식품의 ‘대표 선수’인 김치에 대한 예우가 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