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기본적인 생존 본능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제대로 사회화되기 전까지는 이기적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라. 아이가 영악해서 엄마와 아빠 사이를 갈라놓고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부모의 연합전선으로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다. ―본문 중에서》
‘가족’을 평생의 화두로 삼고 공부하겠다는 결심을 굳힌 사람으로서 ‘Family first’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이 책을 만난 것은 큰 기쁨이었다.
가족의 양면성이나 가족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며 가족이 더는 필요 없다는 냉소주의자도 있지만 가족이야말로 이 시대에 새롭게 조명돼야 할 가장 소중한 단위이다. 그중에서도 ‘부모 됨’의 의미에 대해서는 더 많이 고민하고 공부해야 한다. ‘부모가 반 팔자’라는 말도 있지만 자녀들의 삶에 가족, 그중에서도 부모만큼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존재는 없기 때문이다.
최소한 20년간 휴일도 없이 수행해야 할 가장 어려운 일, 희생을 요구하는 역할이 부모라고 얘기하지만 남모를 희열과 보람까지 선물하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기에 우리는 ‘부모 되기’를 기꺼이 선택한다.
하지만 부모 역할은 사랑과 좋은 의도만으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충분한 지식, 끊임없는 노력과 사전 준비,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하다. 자녀의 학습 습관이나 공부 방법, 성적 향상 같은 주제나 부자 되는 비결 등을 강조하는 요즘 도서들과는 달리 자녀 양육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지침들을 제공하고 있는 이 책은 탄탄한 이론과 전미 가족 실태 조사라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가족을 단순한 개인들의 집합체가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이며 이 시스템을 이끌어 가는 부모들에게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얘기하고 있다. 가족 중 한 사람에게 어떤 일이 생길 때마다 가족이 그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을 순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명확하며 실현 가능하고 측정 가능한 목표를 전제로 한 치밀한 계획이 필수적이라는 필 맥그로 박사의 주장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리고 자녀라는 이름의 폭군 앞에서 책임과 권위를 잃어버리고 굴복하는 나약한 부모가 아니라 ‘부부’라는 연합전선을 구축한 다음 좀 더 당당하게 맞서 싸우라는 주장 또한 가슴 후련한 충고였다.
가정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면 그 구조 자체가 매우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으며, 그것이 확고하게 굳어져 있을 경우 그 병든 가족 구조를 바꾸려면 뒤집어엎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제껏 해 오던 방식을 고수하면서 뭔가 다른 결과를 기대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가족의식, 가족전통, 가족환경, 가족질서, 가족협상 등 단어만으로도 그 개념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뿐만 아니라 저자가 줄기차게 강조하는 자녀 양육에서의 ‘일관성’은 이 땅의 부모들이 꼭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때때로 ‘내가 우리 아이들을 참 잘못 키웠다’는 후회나 자괴감으로 괴로워한 적이 있는 부모라면 지금이라도 결코 늦지 않았으니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해야 할 일을 챙겨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부 간의 신뢰와 사랑, 변하지 않는 팀워크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강혁중 가정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