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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 여객선 참사는 ‘최악 人災’…선내화재 부실대응

입력 | 2006-02-06 03:06:00


1000여 명의 실종 사망자를 낸 홍해 여객선 ‘알 살람 보카치오 98’호 침몰사고는 선장과 승무원의 안이한 대응과 부실한 사후 대처로 인한 최악의 인재(人災)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드러나는 사고 전말=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사고 여객선이 출항한 지 1시간 반에서 2시간 남짓 지났을 때 자동차가 실려 있던 두 번째 화물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선장은 첫 화재 보고를 받은 뒤 사우디아라비아의 두바 항으로 회항을 명령했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곧바로 화재가 진압됐다고 보고했고, 이에 선장은 철저한 확인도 없이 다시 사파가 항 쪽으로 향했다. 당시 공포에 질린 승객들은 승무원에게 두바 항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했으나 승무원들은 이를 일축했다.

첫 화재 소동 후 사고 선박은 3∼4시간을 그대로 운항했다. 그러나 꺼진 줄 알았던 불길이 급속히 되살아났고 승무원들이 진화에 나섰지만 강풍과 높은 파도로 배가 심하게 흔들려 불길을 잡는 데 실패했다.

불길이 빠르게 번지면서 폭발음이 들렸고, 놀란 승객들은 불길을 피해 화재지점 반대편 갑판으로 몰렸다. 이미 화재 진압을 위해 뿌린 물이 가득 차 있던 배는 무게중심을 잃고 180도 회전한 뒤 물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항해 시작 7시간여 만이었다.

▽실종된 직업의식=일부 생존자는 배가 침몰할 때 구명보트에 제일 먼저 올라탄 사람이 선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선장은 실종 상태라 진위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부 생존자는 선장이 구명보트에 올라탄 뒤 균형을 잃고 바다에 빠졌다고 증언했다.

승무원들도 승객들의 안전보다는 자신들의 살 길만 도모했던 것으로 보인다. 승객 1000여 명이 희생당한 상황에서 승무원은 절반가량인 40여 명이나 생존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선장과 승무원들은 화재 사실은 물론 구조 신청도 제때에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박회사가 선박의 실종을 안 시점은 침몰 후 3시간 뒤였고,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한 시점은 8시간 뒤였다. 바닷물에 내동댕이쳐진 승객 대부분이 이미 숨진 뒤였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