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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Design/한국의 디자인스쿨]가구 디자이너 이종욱 씨

입력 | 2006-02-06 03:06:00

사진 제공 이종욱 씨


와인 코르크 마개를 이용한 벤치나 종이로 만든 ‘밥상’을 보셨나요?

최근 가구 디자인에 환경적 요소를 가미하고 있는 이종욱(30·사진) 디자이너의 작품이다. 물고기처럼 날카로운 금속의 바늘에 걸려 병 밖으로 나온 코르크 마개의 운명은 비참하다. 그는 용도 폐기될 수밖에 없는 코르크 마개를 버리지 못했다. 휴지통으로 던지기에는 촉감이 너무 좋았다.

그는 발명가처럼 이 마개를 이용해 쓸모 있는 것을 만들고자 했다. 처음에 떠올린 것은 코르크에 핀을 꽂아 사용하는 간단한 메모판. 코르크 마개는 다시 메모 꽂이와 벤치로 바뀌었다.

영국 레이본스대에서 가구와 제품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희훈 아트퍼니처’를 거쳐 현재 가구 디자인 업체 ‘크레아 디자인’에서 일하고 있다. 2000년에는 영국 ‘FX 매거진’의 ‘신인 국제디자이너 10인’에 선정됐고, 2001년에는 스페인 발렌시아 국제 가구공모전에서 입선하는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그는 와인을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코르크 마개를 모은 게 재활용 디자인 아이디어의 출발점이 됐다고 했다. 따지고 보면 대단하지 않지만 ‘왜 미처 그것을 생각하지 못했을까’라며 무릎을 탁 치도록 하는 게 좋은 아이디어다.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두꺼운 종이를 이용한 종이 소반(사진에서 이 씨가 머리에 쓴 제품)도 비슷하다. 요즘은 자주 사용하지 않는 소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부담없이 쓸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의 종이접기처럼 간단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이 직접 해 볼 수 있는 ‘DIY 개념’도 가미했다. ‘2005 서울디자인 페스티벌’을 통해 소개됐던 이 소반은 1만 원 안팎의 가격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그는 디자인을 문화와 삶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는 디자인을 통한 경쟁력 확보 같은 거창한 구호보다 소박한 일상에 더 귀를 기울인다. 아이디어를 얻는 것도 일상생활을 통해서다.

“바보들도 알아볼 수 있게끔 단순하게 해라.”

그의 디자인 주장이다. 아름답고 편리한 디자인은 제품의 기능들을 단순하고 쉽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디자인을 스타일링보다 문제 해결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는 최소한의 소재로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재능을 지니고 있다. 남성적이고 기계적인 느낌을 주는 사무용 의자도 그의 손을 거치면 단순하고 여성적 느낌을 가진 디자인으로 거듭난다.

전은경 월간 ‘디자인’ 기자 lilith@desig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