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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이렇게 성공했다]잡념-게임-이성 ‘재수 3적’입니다

입력 | 2006-02-07 03:05:00


《시인 T S 엘리엇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지만 대학입시에서 실패를 맛본 학생에게 가장 잔인한 달은 2월이다. 친구가 원하는 대학의 합격통지서를 받고 들뜬 기분으로 졸업식에 참석할 때 학원과 독서실에서 절치부심하며 또다시 지옥 같은 ‘수험생 생활’을 1년 더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대입 재수를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원점수를 30∼130점 올린 재수생 5명을 초청해 좌담회를 가졌다. 이들의 진솔한 재수 경험을 통해 ‘재수 성공 비법’을 알아본다.》

● ‘지독한 놈’ 소리 들어야 성공한다

“이성친구, 게임, 잡념은 ‘재수 3적’이에요.”

신인철 씨는 재수생활 내내 오전 6시에 일어나 자정에 잠자리에 드는 규칙적인 생활을 고수했다. 전북 익산에서 고교를 다니고 서울 종로학원에서 재수를 한 신 씨는 함께 어울릴 친구가 없었던 것을 재수 성공의 비결로 꼽았다.

“부모님도 없이 혼자 공부하려면 독해질 수밖에 없었어요. 휴대전화는 물론 없앴고 일반전화도 집에 하는 전화 외에는 거의 안했어요. 술이나 게임에 취미 붙이기 시작하거나 여자친구에 빠지는 게 재수 실패의 지름길이에요.”

신 씨는 힘들 때마다 2005학년도 수능 채점 당시의 절망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고 다시 심기일전해 공부를 했다고 한다.

강윤우 씨는 마라톤과 같은 재수생활을 버티려면 본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9월까지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읽고 싶은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면서 머리를 식혔어요. 두 번가량 슬럼프에 빠졌는데 한 번은 제가 목표로 삼았던 대학 캠퍼스에 가서 마음을 다시 잡았고, 다른 한 번은 짧은 여행을 했어요.”


● 나만의 공부법 확립 실전 때 큰 효자

2005학년도 수능에서 수리영역을 망친 은다현 씨는 재수생활 동안 수리를 완전 정복한다는 각오로 오답노트를 철저히 작성했다

“틀린 문제를 매일 오답노트에 정리하면서 외울 때까지 반복해서 풀었어요. 수학을 포기하고 다른 과목에 집중하는 친구들도 많은데 ‘수학 포기=대학 포기’나 같아요. 수학은 기초 개념이 중요해서 알 때까지 푸는 게 중요해요.”

이번 수능에서 사회탐구 1문제를 제외하고 전 과목 만점을 받은 김우재 씨는 ‘자기만의 참고서’를 만들라고 강조했다.

“개념이 잘 요약 정리된 참고서를 하나 정해서 다른 문제집을 풀다가 알게 된 내용, 학원 수업 시간에 들은 내용을 그 참고서에 모두 정리하세요. 그야말로 이 세상에 딱 한권밖에 없는 자기만의 참고서죠. 수능 막바지나 시험 당일에 많은 도움이 돼요. 그리고 문제만 많이 푸는 것보다는 교과서를 통해 기본개념을 확실히 머릿속에 정리한 다음 실전 문제 풀이에 들어가는 게 효과가 더 있어요.”

강 씨는 공부도 실전처럼 하라고 조언했다. 강 씨는 아침 시간마다 언어영역 공부를 했다.

“언어영역은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한 지문을 몰입해서 읽는 연습을 했어요. 문제집을 여러 권 풀기보다 하나의 문제집을 반복해서 푸는 게 도움이 된 것 같고요. 문제 풀이와 문학작품과 비문학 작품 정리를 병행했어요.”

곽지혜 씨는 취약 과목인 외국어영역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재수 초반에 다소 어려운 수준의 지문을 일부러 찾아서 읽었다.

“어렵고 막막한 지문을 힘들더라도 꾸준히 풀다 보니 실전에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수능 때 시간에 쫓겨서 망친 경험이 있어요. 실제 시험 시간보다 짧은 시간을 설정하고 문제 푸는 연습을 했어요.”

● 자기관리 혼자서 못하면 학원 다니세요.

지방에서 올라와 재수생 전문 학사에서 생활한 신 씨는 재수 비용으로 1500만∼2000만 원이 들었다.

“학원비와 생활비로 매달 150만 원을 부쳐 주는 부모님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지만 한편으로는 부모님을 생각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하게 됐어요. 재수생 전문 기숙사는 시간을 관리해 주고, 도시락도 싸주기 때문에 일반 하숙보다 나은 것 같아요.”

김 씨는 혼자 공부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면 재수종합학원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혼자서 공부한다고 독서실에 가거나 인터넷 강의, 단과반에 다니다보면 점점 게을러지고 공부의 리듬이 끊어지는 경우를 종종 봤어요. 종합학원은 자신의 실력과 비슷한 친구들이 많기 때문에 서로 경쟁심을 자극하는 효과도 있어요.”

이들은 재수를 통해 원하는 목표를 이뤘지만 예비 수험생들에게 “재수는 너무 힘든 과정인 만큼 고3 때 최선을 다해 합격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충고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