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이헌재 기자의 히트&런]어느 日선수의 인기비결

입력 | 2006-02-07 03:05:00


일본프로야구에 신조 쓰요시(34·니혼햄)라는 선수가 있다.

그의 별명은 ‘우주인’, 상징물은 주황색 팔 보호대와 붉은색 페라리 스포츠카다. 성적이 그리 특출한 것은 아니다. 작년엔 타율 0.230에 20홈런, 57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일본에서 신조의 인기는 특급 연예인 이상이다. 일본의 신문과 방송은 하루가 멀다 하고 신조의 이야기를 대서특필한다.

그의 인기 비결은 톡톡 튀는 언행과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기발한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다. 캠프가 시작된 최근 며칠 동안에도 이는 계속됐다.

1월 31일. 오키나와 캠프를 위해 니혼햄 선수단이 나하 공항에 도착했다. 모든 선수들이 정장을 입고 게이트를 나왔지만 신조는 혼자 알루미늄 방망이를 든 유니폼 차림이었다. 그리고는 사진 기자들을 향해 멋지게 포즈를 취했다.

2월 1일. 캠프 첫날. 운동장으로 나가는 신조의 야구 가방이 기자들의 눈에 띄었다. 제조사는 바로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 가격은 무려 58만 8000엔(약 500만 원)이었다. 신조는 작년 올스타전에서는 다이아몬드가 박힌 1억 엔짜리 스파이크를 신기도 했다.

신조는 만루 홈런을 치고 선행 주자를 앞서는 바람에 1루타로 처리되기도 했고, 팬들에게 사인을 해 주다가 고속열차인 신칸센을 놓친 적도 있다.

“우주여행이 내 인생의 목표다” “은퇴 후 쿠바에서 커피 농장을 운영하고 싶다” “휴대전화 중계기를 설치해 줘 니혼햄과 계약했다” 등 그의 튀는 어록은 끝이 없다.

‘야후 저팬’은 신조 소개란에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작년 퍼시픽리그 인기를 이끌었다. 굴지의 수비력과 파이팅은 보는 사람 모두를 매료시켰다. 팬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세 역시 야구계에 자극을 주었다. 프로야구 인기의 열쇠를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뷰라면 으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팀 승리에 도움이 되겠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신조 같은 ‘우주인’은 언제쯤 나올까.

이헌재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