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막대한 교육비를 투자하는 어른들은 흔하지만 자신을 위해 교육비를 투자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집안에 어른들을 위한, 특히 엄마를 위한 서가와 책상을 마련하고 독서를 즐긴다면, 이보다 좋은 독서 환경은 없다고 봅니다.―본문 중에서》
어른들은 아이들 마음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내 대답은 ‘아이들 마음을 알고 있는 어른은 거의 없다’이다. 아이들 마음을 모르기 때문에 어른들은 때로 폭력을 행사한다. 그러고는 자신의 폭력을 교육으로 착각하거나, 폭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모른 채 살아간다.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이처럼 심각하고 불행한 일도 없다.
어린이 책 여행자 조월례는 ‘아이 읽기, 책 읽기’에서 이런 폭력 현상을 다음과 같은 대화 글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 준다.
“너 저 책 얼마나 주고 산 줄 알아?” “저 책 다 읽기 전에는 절대 다른 책 안 사줘!” “빨리 읽어!” “독후감 썼어?” “어디 봐, 이게 뭐야! 잘 좀 써 봐.”
어린이 책 전집을 사 준 엄마가 아이를 닦달하는 장면이다. 각 가정에서는 이런 끔찍한 현상이 얼마나 빈번히 일어나는가. 어디 가정뿐인가. 학교 현장에서도 교육이란 명분을 앞세워 이런 현상은 자주 일어난다.
미하엘 엔데의 동화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을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들에게 읽어 준 적이 있다. 아이들이 어찌나 열광적으로 작품에 빠져드는지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렝켄이란 여자아이가 빗물거리의 요정에게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을 얻어와 제 마음을 몰라주는 부모에게 먹인다. 그리하여 마법에 걸린 부모는 렝켄의 마음을 몰라줄 때마다 키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끔찍한 형벌을 받게 된다. 이 장면에서 어린 제자들이 어찌나 통쾌해하던지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었다. 이런 현상은 부모와 교사로부터 사랑받고 인정받아야 할 아이들이 오히려 꾸지람이나 듣고 시달림을 받는다는 걸 입증한다. 어른들이 아이들 마음을 모르거나 무시하는 데에서 연유한 것이리라. 저자가 ‘책 읽기’에 앞서 ‘아이 읽기’를 강조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 읽기, 책 읽기’는 책을 통해 아이들 마음에 가 닿고자 하는 저자의 오랜 노력의 산물이다. 이 책은 4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 ‘나이에 맞는 책을 주세요’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책 읽기 안내서로서 매우 유용하다. 2부 ‘갈래별 책 읽기’는 옛이야기, 인물이야기에서 다른 나라 창작 동화에 이르기까지, 3부 ‘주제별 책 읽기’는 가치관 형성, 따돌림에서 성교육, 평화에 이르기까지 스무 토막으로 짜임새 있게 나누어져 있어 어린이 책 종합안내서 역할을 하기에 손색이 없다. 4부 ‘학부모들이 궁금해하는 어린이 책에 관한 모든 것’은 사례별 문답식으로 기술되어 있어 ‘아이 읽기, 책 읽기’의 밑바탕이 되리라 본다.
이 책을 읽는 학부모와 교사가 많을수록 이 땅의 아이들 삶은 밝아지리라 확신한다. 아이들 마음을 이해하는 어른들이 그만큼 많아질 테니까. 아이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 때 어른들의 마음도 환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일깨워 준다.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세상은 결코 좋은 세상이 아니다.
송언 동화작가·서울동명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