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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용병 덕 못보는 ‘神算’

입력 | 2006-02-08 03:11:00


LG 신선우 감독이 몇 해 전 남자농구대표팀 감독을 맡았을 때의 일이다.

당시 이상민은 대표팀 내에서 ‘통역’으로 나서야 했다.

신 감독 특유의 말투가 다른 팀에서 소집된 선수들에게는 낯설게 들려 때론 알아듣기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올 시즌 LG로 자리를 옮긴 신 감독도 새 선수들과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일까.

우승 후보라던 예상과 달리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시즌 중반을 넘기도록 하위권을 맴돌고 있어서다. 최근 7경기에서 2승 5패로 7일 현재 8위.

지난주 사상 첫 통산 300승을 달성하고도 성적 부진으로 기뻐할 여유가 없었던 신 감독은 “서로 믿음이 부족한 것 같다”고 그 원인을 진단했다.

교체 용병 놀런이 공격과 수비에서 중량감이 떨어지다 보니 국내선수들까지도 불신감이 쌓여 연쇄 슬럼프에 빠졌다는 것. 알렉산더 역시 ‘헤비급 용병’이 판치는 이번 시즌 코트에서 힘을 잃었다.

그래도 신 감독은 “승부는 이제부터”라고 말한다.

마지막 5, 6라운드에서 치고 나갈 여력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수비 위주의 전술에서 벗어나 빠른 공수 전환에 이은 속공으로 상승세를 타겠다는 게 신 감독의 얘기.

실제로 그는 KCC 감독 시절인 2003∼2004시즌과 지난 시즌 막판 두 라운드에서 모두 15승 3패의 높은 승률을 보이며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하지만 KCC에선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며 감독의 눈빛만 봐도 의중을 읽을 수 있던 이상민 추승균 조성원 같은 노련한 선수들이 마음을 뭉쳤던 결과다.

특히 이상민은 신 감독의 잦은 선수 교체로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정상에 오르겠다는 목표 속에 자신을 희생하며 팀을 이끌었다.

올 시즌 LG에선 누구보다도 현주엽이 이상민 같은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슬럼프에 빠진 ‘간판스타’가 신바람을 내야 팀이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국내 프로농구에서 유일하게 10년 연속 사령탑 자리를 지켜 오며 계산이 빠르기로 소문난 ‘신산(神算)’ 신 감독의 마지막 승부가 흥미롭기만 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