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 한나라당은 장관 내정자인 김우식, 이종석, 유시민 씨에 대해 ‘절대 부적격(不適格)’이라며 임명을 철회하라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인사를 뒤집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국회의 의견이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불과 1년 전 노 대통령은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도입을 주문하면서 “이는 인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것이며, 국회만큼 공식성(公式性)과 절차의 엄격성을 충족시킬 곳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은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내정자들의 여러 문제점을 진지하게 되살펴보고 야당의 요구와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모습을 보여야 옳다.
더구나 현 정권은 도덕성이 ‘정권의 존립 근거’라고 주장해 왔다. 이번에 논란의 초점이 됐던 유 내정자는 2000년 한 신문에 ‘정치인에게는 재산과 납세 실적 등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며 그게 싫으면 그만두면 된다’는 내용의 칼럼을 썼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에서 드러난 일부 내정자의 각종 비리 의혹은 도덕성과 자질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했다. 유 내정자는 국민연금 미납에다 정책개발비 횡령 의혹, ‘서울대 민간인 린치사건’ 연루 의혹에 이르기까지 각료로선 부적격자임을 낱낱이 드러냈다. 대통령비서실장 출신인 김 과학기술부총리 내정자는 부동산 투기 및 증여 의혹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으레 거치는 과정쯤으로 여기고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이들에게 임명장을 준다면 국민과 국회에 대한 모독에 가깝다. 이들의 임명을 무조건 강행하겠다는 것은 민심을 거슬러 역(逆)주행하겠다는 권력의 자폐증상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장관 내정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 과정과 청와대의 대응에서 드러난 여러 사실은 노 대통령의 인재관과 인사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 주었다. 노 대통령이 ‘좁은 코드 세계’ 안에서의 인사를 고집한다면 정부의 실패 가능성을 높이는 결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