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각 대학의 ‘合格者(합격자)’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合’은 원래 ‘들어맞다’라는 뜻이다. 들어맞는 것은 곧 합쳐지는 것이므로 ‘合’은 자연스럽게 ‘합하다, 합치다’라는 뜻도 갖게 된다. ‘集(집)’은 ‘모이다’라는 뜻이므로 ‘集合(집합)’은 ‘모여서 합치다’라는 말이 되며, ‘結(결)’은 ‘맺다’라는 뜻이므로 ‘結合(결합)’은 ‘맺어서 합치다’라는 말이 된다.
무협지에서는 두 사람이 칼을 들고 대결할 때 ‘一合(일합)’을 겨룬다고 말하는데, 이 경우의 ‘合’은 두 사람의 무기가 허공에서 합쳐져 만난다는 뜻이다. ‘들어맞다, 합치다’라는 것은 두 가지 이상의 사물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것이므로 이로부터 또한 ‘맞다, 틀리거나 어긋남이 없다’라는 뜻이 나온다. ‘合致(합치)’는 ‘틀리거나 어긋남이 없이 일치한다’는 뜻이다.
‘格(격)’은 원래 어디에 끼어 있는 나무를 나타내는 말로서 수레를 끄는 가름대를 뜻한다. 수레의 가름대는 두 개의 나무 사이에 끼어 있는데, 수레를 끌 때는 바로 그 부분을 잡고 가게 된다. 이 가름대를 잡고 끌면 수레는 목적지에 도달한다. 따라서 ‘格’은 ‘다다르다, 이르다’라는 뜻도 갖게 된다. 가름대는 반듯하게 잡아야 한다. 만약 가름대를 반듯하게 잡지 않으면 수레는 정면으로 갈 수 없을 것이다. ‘格’에 ‘바로잡다, 반듯하게 하다’라는 뜻도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바로잡다, 반듯하게 하다’라는 뜻으로부터 ‘법칙, 표준’이라는 의미가 나온다. 법칙이나 기준은 대상을 바로잡거나 반듯하게 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價格(가격)’은 ‘가치의 표준’이라는 말이고, ‘規格(규격)’은 ‘규정된 표준’이라는 말이며, ‘人格(인격)’은 ‘사람의 표준’이라는 말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合格’은 ‘표준에 틀리거나 어긋남이 없이 들어맞는다’라는 뜻이 된다. 각자가, 학교나 회사 혹은 각 기관이 요구하는 표준에 틀리거나 어긋남이 없이 들어맞도록 노력할 일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