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는 것만이 섹시는 아니죠.” 2집 앨범을 내놓은 이효리는 흑백의 단조로운 슈트에 화려한 액세서리를 겹겹이 두른 무대 의상으로 앨범의 콘셉트인 양면성을 표현했다. 김재명기자
2003년 “10분 만에 남자를 꼬일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던 가수 이효리(27·사진)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도발적인 매력은 ‘이효리 신드롬’을 낳았고 그녀의 솔로 데뷔곡 ‘10 minutes’는 가요 순위 프로그램 1위에 올랐다. 그렇게 10분을 강조했던 그녀가 2년 6개월 만에 신곡을 발표하며 마련한 기자회견장에는 40분이나 지각했다.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빌딩. 그룹 ‘핑클’의 동료 옥주현이 운영하는 요가센터였다.
“무대 의상을 입는데 쉽지가 않네요. 하도 오래 쉬어서 감을 잃었는데…. 시간 개념도 잃었나 봐요.”
그녀는 특유의 눈웃음으로 회견장의 얼어붙은 분위기를 녹이려 했다.
40분 더 신경 쓴 그녀의 모습이 눈부시기는 했다. 중세 백작을 연상시키는 재킷에 ‘블랙 에인절(black angel)’이라고 수놓인 블랙진… 흑백 모노톤 위의 액세서리는 눈부실 정도로 화려했다.
“앨범 제목이 ‘다크 에인절’이에요. 천사에게 검은색이라니 좀 언밸런스하죠? 마찬가지로 제게는 섹시함도 있지만 귀여움도 있고 터프한 모습도 있어요. 그런 다면성을 2집에서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춤도 섹시함 위에 파워풀한 각기춤이나 팝핀 같은 다양한 동작을 섞었죠.”
그녀의 말대로 2집은 1집에 비해 터프해졌다. 노래 곳곳에 징징대는 기타 소리도 묻어 있다. 펑키한 타이틀 곡 ‘Get'ya’는 ‘10 minutes’에 비해 템포도 빠르고 목소리도 거칠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두 섬싱’을 연상하게 하는 곡. 그러나 두 번째 곡 ‘깊이’에서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날 느낄 수 있잖아”라며 듣는 남자들의 귀를 간질인다.
이효리는 “2집은 직접 프로듀싱에 참여해서 그런지 자신도 있고 완성도도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1집 ‘10 minutes’에서 느낄 수 있었던 ‘이효리표 섹시 뮤직’이 ‘다크 에인절’의 어둠에 가려 빛을 발하지 않는다.
“아무리 제 개성을 중시한다 해도 ‘대세’를 무시할 수는 없는 거죠. 제 스타일과 주류 음악 장르를 적절히 조화시킨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1집 성공 이후 2년간 ‘섹시 여가수’ 계열의 여왕으로 군림해 온 이효리. 그러나 그 2년 사이 ‘섹시 콘셉트’ 자체가 지겨워질 만큼 많은 섹시 여가수가 등장했다. 이효리가 야심차게 준비한 ‘섹시미 2탄’은 성공할 수 있을까? 배시시 웃으며 말하는 그녀의 모습만큼은 당차보였다.
“진정으로 섹시한 게 뭘까요? 옷 벗는 건 섹시도 아니에요. 한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생명력, 에너지. 그게 진짜 섹시함이겠죠. 이제부터 진짜 섹시가 뭔지 보여드릴게요. 설마 제가 ‘효리 신드롬’이 다시 몰아칠 것도 기대 안 하고 나왔겠어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