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뇌의 비밀/안드레아 록 지음·윤상운 옮김/340쪽·1만3800원·지식의 숲
《“고요한 밤에 침범하는 꿈은 스쳐 지나가는 거짓 형상으로 마음을 현혹한다. 그러나 주피터는 결코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으며 지옥의 궁전에서 솟아오르지 않는다. 모든 것은 뇌의 잠꼬대일 뿐, 바보들만 헛되이 그 의미를 찾는다.”(조너선 스위프트) 과연 그럴까?》
1899년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이 출간된 이래 꿈꾸는 두뇌의 마법, 그 생생한 심리적 현실에 대한 연구는 놀라운 진전을 이루었다. 마침내 심리학자들은 이런 결론을 내리기에 이른다. “프로이트는 50% 옳았고 100% 틀렸다!”
1980년대 중반 ‘꿈 여행가’로 불리는 미국의 생리학자 스티븐 라버지는 ‘자각몽(自覺夢)’의 발견을 통해 꿈에서의 경험과 현실에서의 경험이 그렇게 뚜렷한 차이가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극적으로 보여 주었다. 꿈을 꾸면서도 그 사실을 아는 게 자각몽이다.
우리는 꿈을 진짜처럼 경험한다. “왜냐하면 꿈은 진짜이기 때문이다. …뇌는 외부 세계와 연결된 감각기관의 도움 없이도 우리가 각성 상태에서 경험하는, 세상을 창조하는 감각 정보들을 꿈속에서 모두 되살려 낸다. 그것은 실로 기적이다.”(윌리엄 디멘트)
꿈은 감각 정보의 입력에 제약이 없는 특별한 경우의 지각으로 볼 수 있으니, 각성 상태의 지각은 감각 정보의 입력이 제한된 특별한 경우의 꿈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사물은 물(物) 자체로 ‘저기’ 있는 게 아니라 의식과 연관된 신경세포들이 반응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존재하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기도 한다. 각성 상태에서 진짜 세상과 상호 작용할 때도 우리의 경험은 ‘저 밖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꿈을 꾸고 있을 때와 똑같이 ‘뇌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깨어 있을 때 우리가 발을 담그고 있는 현실 세계는 지극히 복잡한 신경회로가 수행하는 아름다운 속임수에 불과하다. 반세기에 걸친 꿈 연구는 꿈꾸기도 현실 세계의 경험 못지않게 뛰어난 의식 작용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로버트 스틱골드)
이 책은 우리가 생의 3분의 1을 보내면서도 잘 모르고 지내는 잠과 꿈에 대한 보고서다. 과학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잠과 꿈에 대해 세계 곳곳에서 진행된 최신 연구들과 심리학, 생리학, 신경학, 생물학계의 상반되는 주장을 때로는 과학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때로는 스스로 실험의 대상이 되어 흥미진진하게 소개한다.
그는 꿈이 단지 시각적 이미지들의 우연의 산물 또는 짜깁기라고 격하하거나 신(神)의 은밀한 메시지라고 억지로 의미를 짜내려 하지 않는다. 그 대신 꿈이 우리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 우리도 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고 권고한다.
우리는 꿈을 꾸는 중에도 인지능력을 통해 꿈에 참여하는 동시에 꿈을 관찰할 수 있다. 자각몽은 우리 인생에 탁월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스스로 창조주가 되어 세상을 독점하는 신기한 경험은 곤경에 대처하는 새로운 전략을 시험하고 두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활용된다. 우리에게 자기 자신을,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능력을 깨우쳐 준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자각몽을 꿈을 꾸고 있을 때나 깨어 있을 때나 삶의 많은 부분이 환상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영적 수행으로 여기고 있다. 아마도 과학은 처음으로 정신이 오직 자신에게만 말을 걸고 있을 때, 그 신비한 활동을 어렴풋이나마 엿보고 있는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수면을 연구할 때 우리는 망각(忘却)에 대해서가 아니라 깨어 있는 인간의 의식에 대해서 탐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꿈은 결코 기억될 의도가 없었어요. 하지만 꿈은 내가 누구인지 알려 주는 열쇠입니다….”(조너선 윈슨)
원제 ‘The Mind at Night’(2004년).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