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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 언론의 의견표명이나 비평, 반론보도 대상 아니다”

입력 | 2006-02-11 03:06:00


언론보도 가운데 ‘사실적 주장’(사실을 근거로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닌 ‘의견 표명이나 비평’에 대해서는 반론보도를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반론보도의 대상이 되는 ‘사실적 주장’과 반론보도 대상이 안 되는 ‘의견 표명과 비평’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사설이나 칼럼 논평 등은 특별히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의견표명에 해당해 앞으로 이에 대한 반론보도 청구는 법원에서 기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 기관 등이 언론사를 상대로 무분별하게 반론보도 청구를 해 온 관행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 기관의 반론보도 청구는 주로 칼럼이나 논평 등을 대상으로 행해졌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담·金龍潭 대법관)는 국정홍보처가 “동아일보의 2001년 7월 4일자 ‘국정홍보처장 툭하면 성명’이라는 기사와 같은 날 사설에 대해 반론보도를 실어 달라”며 동아일보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10일 “반론보도를 게재하라”는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국정홍보처의 잦은 성명에 대한 동아일보의 보도와 사설은 언론사의 의견표명 또는 비평이거나 ‘정부의 공식성명만큼이라도 좀 더 차분해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나타낸 것으로 사실에 바탕을 둔 주장이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사실적 주장에 대해서만 반론보도를 허용하도록 한 정기간행물법 규정(지난해 7월 언론중재법으로 바뀜)에 비춰볼 때 국정홍보처의 반론보도 청구를 인용한 원심 판결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서울고법은 조만간 이 사건을 다시 심리해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국정홍보처의 반론보도 청구 자체가 잘못됐다는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국정홍보처는 2001년 7월 동아일보가 기사와 사설을 통해 국정홍보처장이 본연의 업무를 벗어나 성명 발표를 남발하고 있고 정부의 세무조사는 ‘불순한 동기’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을 제기하자 “편향·왜곡보도로 피해를 보았다”며 반론보도 청구 소송을 내 1, 2심에서 승소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