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동계스포츠의 새로운 지평을 연 주인공은 여드름이 채 가시지 않은 앳된 얼굴의 16세 소녀였다.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인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스키 프리스타일 모굴(울퉁불퉁 둔덕이 있는 슬로프를 내려가는 경기) 부문에 출전한 윤채린(휘경여중 3년·사진).
그는 12일(한국 시간) 사우즈드오울스주벤시우스 경기장에서 끝난 여자 모굴 예선에서 전체 출전자 30명 중 비록 꼴찌로 경기를 마쳤지만 “다음 대회에는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16번째 주자로 나선 윤채린은 첫 번째 점프 연기 뒤 착지하다 균형을 잃고 넘어져 크게 감점을 당했고, 기록도 출전자 중 가장 늦은 36초 40을 끊어 총점 7.07점에 그쳤다.
그는 “막상 출발대 위에 서니 긴장되면서 몸이 굳어져 실력 발휘를 못했다”며 “앞으로 남자처럼 과격하게 훈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제 대회 규격의 모굴 슬로프가 없는 국내 여건을 생각하면 윤채린의 올림픽 출전 자체가 사실 대단한 사건이다.
윤채린은 아버지 윤석봉(48) 씨의 권유로 금성초교 4학년 때인 2000년에 모굴 스키를 처음 시작했고 5학년 때 만난 김태일(37·용평리조트 스키 강사) 코치와 함께 선진국을 찾아다니며 모굴을 배워 올림픽 출전 자격을 따기까지 거의 모든 것을 외부의 지원 없이 이뤄냈다.
윤채린은 “아쉬움은 남지만 남자 경기까지 다 보고 많이 배워서 돌아가겠다”며 “이번 대회를 계기로 모굴 스키에 관심을 많이 가져 달라”고 웃으며 말했다.
한편 이날 모굴 결선에선 2003∼2004 시즌 월드컵 챔피언 출신인 캐나다의 제니퍼 헤일이 총점 26.50으로 노르웨이의 카리 타라(25.65점)를 근소하게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3위는 프랑스의 산드라 라우라(25.37점).
토리노=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