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분명히 어른과 아주 다른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문화는 아이를 특권을 지닌 어른의 축소판쯤으로 여기면서 아이의 어린 시절을 서둘러 지나가게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본문 중에서》
세상의 모든 부모는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만을 해 주고 싶어 한다. 요즘처럼 저출산 시대에 그 마음은 더할 나위 없이 두드러져 보인다. 처음 부모가 된 사람의 대부분은 아이나 부모 노릇을 걱정하고 두려워하며 정보를 찾아다닌다.
이 책의 저자 라히마 볼드윈 댄시는 산부인과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그는 특히 출산을 돕는 경험을 하면서 출산에 관한 진지한 연구를 시작했고 현대 물질문명 속에서 소홀해져만 가는 인간의 영혼과 정신의 귀함을 믿는 루돌프 슈타이너 박사의 인지학을 만난다. 저자는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커다란 변환과 발전을 거듭하면서, 인지학적 경험을 통해 얻은 아이의 양육법에 대한 통찰을 이 책에서 서술하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만 여섯 살이 될 때까지 각 시기에 맞는 아이의 조화로운 발달과 부모의 역할, 삶에 적응해 가는 어린 영혼의 안내자로서의 부모 역할 등을 600쪽이 넘는 지면에 섬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는 아이의 첫 번째 선생님인 부모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이가 따라하기에 적당한 세상의 인상을 심어 주는 일”이라고 말한다. 사람을 흥분하게 하는 도시의 자극적인 것들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고 지키는 일도 부모가 해야 할 일에 포함된다.
또한 부모는 아이들이 따를 만한 행동의 모델이 되도록 애써야 한다. 부모를 따라할 수밖에 없는 어린이들에게는 부모의 말보다 행동이 더 큰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일은 아이들의 신체적, 감정적, 지적 발달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야 부모는 아이의 발달을 보호할 수 있으며, 아이가 아무런 지장 없이 자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특히 신경생리학(두뇌생리학) 부분에서 컴퓨터나 텔레비전, 비디오게임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대목은 현대의 정보화사회에서 우리 어린이들을 위해 꼭 필요한 내용으로 괄목할 만하다. 수채화 그리기나 노래 부르기, 이야기 들려주기, 자연을 느끼게 하는 놀이 등 일상에서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생생한 활동도 많이 소개되어 있다.
책에 인용된 슈타이너 박사의 말에 의하면 어떤 한 사람이 어린 시절에 따뜻한 보살핌을 받았는지는 어른이 된 뒤에 그만의 특기나 결점으로 나타난다. 이는 곧 인생을 결정하는 중대한 요인은 바로 어린 시절이라는 것을 보여 주며, 그렇기 때문에 삶의 모든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삶의 맨 처음 과정을 이해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많은 부모가 아이의 양육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사라지고 진정으로 아이와 소통할 수 있는 기쁨을 경험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7세 이전의 자녀를 두고 있거나 예비 부모, 교육적 측면에서 아이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면 그 방대만 분량만큼이나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을호 국민독서문화진흥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