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왼손 타자 이병규(32)는 ‘국제용 선수’다.
한국 야구는 1998년 방콕 아시아경기부터 내달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모두 7번 프로와 아마가 망라된 드림팀을 결성했다.
이병규는 그중 6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무릎 부상 중이던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에만 불참했다. 부상만 아니었으면 7번 모두 태극마크를 달았을 게 분명하다.
그가 올린 성적은 더욱 대단하다. 방콕에서 타율은 0.560이었다. 한국이 일본을 누르고 동메달을 딴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선 타율 0.351을 기록했다. 통산 타율은 0.455에 이른다.
그는 왜 국제대회에서 더욱 펄펄 나는 것일까.
이유는 다름 아닌 그의 재능 덕분. 여느 타자들과 달리 그는 상대 투수의 공을 노려서 치지 않는다. 감각으로, 직감으로 친다. 이를테면 ‘너 공이냐, 나 이병규야’ 하는 식이다.
국내에서는 투수들이 그의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좀처럼 좋은 공을 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는 나쁜 공조차 안타로 만들어 내는 재주가 있다. 작년에는 타율(0.337)과 최다 안타(157개) 등 2개 타이틀을 차지했다.
국제대회에서는 투수들이 그를 잘 모르기 때문에 주로 정면 승부를 건다. 결과는 이병규의 승리다.
방망이만 잘 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이른바 ‘5툴 플레이어(5-tool player)’다. 5툴이란 타격의 정확성과 파워, 센스 있는 주루, 수비 능력, 강한 어깨를 뜻하는 야구 용어다.
WBC는 이병규가 자신의 천재성을 발휘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다. 잘만 하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도장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이병규는 스카우트들에게서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타자”로 꼽히고 있다.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가끔 불성실한 모습을 보이는 게 단점이지만 그의 재능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이번 WBC에서 진정한 그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병규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그가 WBC를 발판으로삼아 더욱 큰 무대로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