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글을 읽지 못하는 아동에게 그림책을 읽어 줄 때, 어린이는 그림을 보며 읽어주는 글을 듣는 것이다. 어른이 읽어 주는 것을 듣지 않고 그림만 보고는 그림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다. 그림책에서 글과 그림이 합쳐질 때 각각이 가진 의미의 합 이상의 의미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 새로운 의미는 글과 그림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된다.―본문 중에서》
그림책은 이제 더는 글을 잘 읽지 못하는 유아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유아, 어린이, 어른 모두가 나름대로 자신이 이해하는 수준에 맞게 그림책을 즐기는 시대가 되었다.
그림책 읽기에도 ‘아는 것만큼 보인다’라는 명언을 별다른 무리 없이 적용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그림책을 이해력이 떨어지는 어린이를 위한 단순한 책이 아니라 문학적, 미학적 가치가 있는 예술 작품으로 보도록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저자는 독자가 그림책을 읽을 때 그림책의 글과 함께 중요한 부분인 그림을 눈여겨보고, 한편으로 글과 그림의 유기적 관계에도 주의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이는 그림책을 보는 안목을 증진시키고 그림책 읽는 즐거움을 배가하는 좋은 방법이 된다.
부모들의 그림책 읽기 수준이 높아지고 책 읽는 즐거움이 커진다면, 그러한 부모와 함께 그림책을 읽는 자녀들도 마찬가지로 같은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가 이 책의 바탕에 깔려 있는 듯하다.
이 책은 어떤 그림책은 왜 재미있고 감동과 여운을 남기는지, 또 왜 어떤 그림책 속의 그림들은 오랫동안 우리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잔영으로 남아 있는지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해답을 준다. 그림 작가들은 영화와 같은 영상물에 비해 제한된 수의 지면에 효과적으로 이야기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또 독자들을 작품에 몰입시키고 감동을 주기 위해 ‘그림 언어의 문법’들을 사용한다.
글과 그림의 독특한 유기적 구성, 이야기에 적합한 그림 매체의 사용, 그림의 기본 요소인 선 색 공간 등의 독특한 사용, 그림의 구성 원리인 조화와 통일감, 균형, 움직임 등의 효과적인 사용, 각 장면 속 그림의 의미 있는 배치 등이 그림 작가들이 사용하는 ‘그림 언어의 문법’들이다. 이 책은 수많은 국내외 그림책 속 다양한 장면을 통해 이러한 문법들을 자세히 설명해 준다.
나아가 이 책은 글과 그림이 상호 보완하며 이야기를 진전시키는 전통적인 그림책부터 글과 그림이 전혀 다른 것을 나타내면서도 하나의 통합적인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독특한 현대적 그림책까지 광범위한 그림책 읽기에 대한 이해와 그것을 통한 그림책 세계의 풍요로움과 다양성을 보여 준다.
다소 어려운 어휘들이 부담스럽다면 1장 ‘그림책이란 무엇인가’, 3장 ‘그림책의 그림 자세히 보기’, 5장 ‘매체’를 먼저 읽고 나머지 장들을 읽어 볼 것을 권한다.
그림책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기본적인 목적은 그림책을 읽는 즐거움을 증가시키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너무 분석하는 데 치중한다면 책 읽는 즐거움이 오히려 감소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 책을 충분히 소화하고 적절히 적용해 본다면 새로운 그림책을 만날 때마다 글과 그림에 담긴 작가의 메시지가 쉽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수 있고 그림책 읽기에 더 기꺼이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세희 어린이문학교육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