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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재학아, 우승 한번 해라”

입력 | 2006-02-15 03:03:00


43세 동갑내기인 모비스 유재학 감독과 동부 전창진 감독은 30년도 넘게 사귄 죽마고우다. 1970년대 초반 서울 상명초등학교에서 전 감독이 유 감독보다 몇 달 일찍 농구를 시작했다. 둘 모두 사립초등학교에 다닐 정도로 집안에 여유가 있었고 서로 집에도 자주 놀러 가 식사와 잠자리를 함께할 정도로 무척 가깝게 지냈다.

이들은 1976년 나란히 용산중학교에 입학해 팀을 전국 최강으로 이끈 뒤 고교에 입학하면서 헤어졌다. 전 감독은 용산고로, 유 감독은 경복고로 진학한 것. 학교는 달라도 이들은 틈만 나면 만나 우정을 나눴다. 유 감독과 전 감독은 아직까지도 서로의 생일을 기억할 만큼 각별하다.

현재 ‘기러기 아빠’라는 처지도 같은 이들은 올 시즌 프로농구 정상을 다투고 있다. 모비스와 동부는 14일 현재 공동 선두.

농구의 기본을 함께 익혀서인지 이들은 체력을 바탕으로 수비를 강조하는 비슷한 지도 스타일을 보인다.

동부는 평균 실점 77.9점으로 10개 팀 중 최소이며 모비스가 그 다음(78.6점). 실점이 70점대에 머물고 있는 팀은 이 두 팀밖에 없다. 포워드 출신 전 감독은 포스트 수비를 강조하고 가드로 이름을 날린 유 감독은 외곽 봉쇄에 주력한다.

전 감독은 어려서부터 예민한 성격을 지녔다. 입이 짧아 음식을 가려 먹고 잠자리가 바뀌면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하지만 그만큼 섬세하게 선수들의 특성을 살피는 꼼꼼한 용병술이 빛을 발한다. 술 냄새만 맡아도 취하는 전 감독은 끈끈한 친화력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

중학교 때 과외를 하며 운동과 공부를 병행한 유 감독은 머리 회전이 빠르다. 강력한 리더십까지 지닌 유 감독은 작전 구사에 빈틈이 없고 팀워크를 강조해 시즌 전 약체로 분류됐던 모비스를 상위권으로 이끌었다.

올 시즌 유 감독은 전 감독과의 4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이겼다.

이미 두 차례 우승을 이룬 전 감독은 “(우승이 없는) 재학이도 한번 할 때가 됐다”고 덕담을 한다. 그래도 승부의 세계에 결코 양보란 있을 수 없다. 이들의 대결은 갈수록 흥미로울 것 같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