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潘基文·62·사진) 외교통상부 장관이 차기 유엔 사무총장에 출마한다.
유명환(柳明桓) 외교부 제1차관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금년 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후임에 반 장관을 추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승수(韓昇洙) 전 외교부 장관이 2001∼2002년 유엔총회 의장을 겸임한 적은 있으나 한국인이 유엔 사무총장에 출마하는 것은 처음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5년 임기가 시작되는 차기 유엔 사무총장은 올해 말까지 선출돼야 하지만 유엔 일정상 9월을 전후해 선출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수라끼앗 사티아라타이 태국 부총리와 스리랑카의 자얀타 다나팔라 전 유엔 사무차장이 출마 의사를 밝히는 등 10여 명의 사무총장 후보가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반 장관을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정한 뒤 물밑 작업을 해 오다 최근 공식 출마 선언을 앞두고 북한을 포함한 189개 유엔 회원국에 이를 통보했다.
유엔헌장에 따르면 사무총장은 사무국의 ‘수석행정관(chief admini-strative officer)’으로 업무수행 시 어떤 정부나 국제기구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지시를 구하거나 받지도 않는 국제공무원이다. 국제 의전상 국가원수보다 한 단계 아래인 정부 수반급 예우를 받는다.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되려면 15개국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특히 거부권을 가진 5개 상임이사국(P5·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중 한 나라라도 반대하면 안 된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